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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심은 히어리

영어 같기도 하고 순우리말 이름인 것 같기도 한 "히어리" 그 이름이 주는 뉘앙스가 좋아 심어봤던 나무였다. 그런데 심은 지 수년이 지났어도 봄철에 잎만 몇 장 달릴 뿐 성장을 멈춘 채 키는 항상 30Cm 정도에 머물렀다. 토양이 좋지 않은 데다 음지 쪽에 심은 탓인가 싶어 이식을 해 봤더니 예상대로 잘 자라는 것 같았다. 한두 해 지나면 꽃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그다음 해 딱 한 송이의 꽃을 보여주더니만 그만 고사해 버리고 말았다. 많이 서운했다. 전남 곡성에 사시는 분께서 묘목장에서 기르던 히어리 중 5주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보내 주셨다. 히어리에 대한 미련이 늘 있던 차에 오늘 히어리 묘목 5주를 택배로 받아 다시 몇 군데 나눠 심었다. 뜻밖의 인연이 있었다. 집에 ..

내 집 이야기 2024.02.27

이제야 보문산에 오르다

해마다 아버지를 따라 선대의 산소를 찾던 성묘 길, 서대전에 들어서서 외곽으로 난 길을 타면 산소에 이르기 전 오른쪽으로 육중한 산이 서 있었다. 산 이름은 보문산,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한 차례 전해 들었지만 그 후로도 잊히지 않았다. 보문이란 이름이 보물의 음훈이 비슷하다는 것 때문인지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산인가 보다고 여겼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어린 마음에 신비롭게 다가왔던 산. 내가 점차 나이 들어가면서 그 산은 점점 몸집이 작아졌지만 성묘 때마다 그 앞을 지나다닌 지 반백년 세월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도 보문산은 나에게 미지의 산이었다. 그리고는 흰머리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서야 오늘 그 산을 올라 본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저 아래 서대전 구봉산 자락(가수원)처럼 행여 이 산에도 아..

산행 2024.01.30

또 한번의 수난(?)

기르던 토종닭 한 마리가 이번에 또 매에게 당했다. 좁은 닭장 안에만 가둬 기르는 게 안쓰러워 조그만 방사장을 만들고 닭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통행문을 만들어 반쯤 열어둔 게 화근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아무렇지 않았었다. 장시간 외출하는 경우가 잦았는데도 탈이 없어 매에 대한 염려를 놓아버렸었다. 평소 지켜보면 닭은 닭대로 하늘에서의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싶으면 쏜살같이 닭장 안으로 달려가 피하곤 했다. 지난해 당한 바 있는 백봉오골계로 인해 학습이 되어있겠거니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또다시 매의 급습을 받은 것이다. 사고를 당한 토종닭(위쪽 검은 꼬리). 녀석들은 1주일 간격으로 내 집으로 와 다정한 친구로 지냈는데 그만 매에게 불행을 당했다. 어제 오후..

내 집 이야기 202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