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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꽃보러 불명산으로

산에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행선지 때문에 꾸물거린다. 내 집에서 가까운 '적당한' 산을 찾자니 차별화 때문에 수월하지가 않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불명산이 떠올랐다. 완주 경천면 화암사를 여러 번 찾아갔으면서도 그 사찰을 감싸고 있는 산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 떼 화암사에 갔을 때도 그랬다. - 그래, 지금 가면 얼레지를 볼 수 있을 거야. 얼레지 보로가자. 복수초는 다 졌나?... 1년 만에 다시 찾은 화암사 초입에서 곧바로 얼레지를 대할 수 있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아직 낙엽들이 많이 쌓여있는 길 양 옆으로 어떤 식물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고 있다.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화사하다. 얼룩이 있는 잎도 예사롭지 않지만 보라색 꽃은 매우 세련되고 미끈하며..

산행 2024.03.25

삼지닥나무 꽃의 재발견

꽃에 눈길이 자주 간다. 예쁜 자태라서 그렇다. 수년 전 전통문화 관련 일을 할 때 근무지 정원에 이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꽃이 참 매력적이었다. 퇴직 후 자주 생각 나 한 농원에서 어렵게 구해 심었는데 추위에 약한 탓에 구입 당시 가지 몇 개가 동사한 상태였지만 어떻든 이후 잘 자라주었고, 하여 올해는 유난히 꽃송이가 많이 달렸다. 반갑다. 멀리에서 보면 작은 솜 뭉텅이 같은 게 가지 끝에 달려있는 것 같아 존재감이 없지만 가까이 대하면 여간 예쁜 게 아니다. 더구나 그 향기가 아주 그윽하다. 그래, 꽃이란 게 다 그렇지. 가까이 아주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 송이에 긴 자루 모양의 아주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모아 피는지라 쳐다보는 묘미도 특별하다. 표면에는 흰색..

2024.03.17

무등, 그 무연함 앞에서

무등(無等)은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산 자체가 후덕스럽게 보여 그런 이름이 붙을 만하다는 웅대한 산 무등산. 오랜 직장 생활에서 저 말단부터 시작해 정상부까지 오르며 유등(有等)의 존재감을 은근히 과시하며 내 자신 건방을 떨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무등'의 의미가 새삼 와닿는다. 이제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높고 낮음이란 게 그저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질 뿐. 오랜 세월 동안 늘 마음에 담기만 하고 살았던 무등의 산, 그 산을 어제 다시 찾게 되다. 오전 8시 30분 무렵이다. 차가 북광주를 지날 때 저 멀리 구름이 걸쳐있는 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 - 무등산이다. 여느 산과 전혀 다른 자태의 서기 어린 모습에 감탄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 역시 무등산은 ..

산행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