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21

땔감 작업

비닐하우스 농사라도 조금 지으면 농한기일 수 없겠지만 텃밭 수준의 나에게는 요즘 바깥일이 거의 없어 한가롭다. 고작 땔감 마련하는 일 정도. 오후에 뒷산으로 산책 나가면 돌아오면서 부러진 가지 한 두 개씩 주워 온다. 딱따구리가 껍질을 벗겨 놓아 목피가 군데군데 하얗게 드러나 있어 고사목을 쉽게 가려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따로 날을 잡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햇빛이 부족하거나 병충해이거나 아니면 토양이 오염되어 있거나 아무튼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든 해마다 고사목이 생겨나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는 도무지 운반할 방법이 없어 그냥 방치할 수밖에.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곳의 고사목만을 적당한 크기로 절단해서 어깨에 메고 가져 온다. 쉬운 게 아니지만 운동이라 생각될 정도의 작업량만...

내 집 이야기 2023.12.30

다시 친구들과 만나서

"야! - 자고 나니깐 네가 안 보여!" 강화에 정착한 친구 녀석이 아침에 전화해 왔다. 여행 끝이 허전하다는 얘기다. 사실 그 허전함은 내가 더하지 않나 싶다. 어제 오후 역 대합실에서 헤어지며 뒤돌아 집에 왔을 때 날 받아주는 것은 산자락 밑에 덩그렇게 자리한 집 밖에 없었으니. 시골에 살면서 가장 허전할 때가 같이 가까웠던 사람이 떠나고 없을 때, 그리고 비 오는 날 같은 경우인데 두 경우가 합해진 오늘이 딱 그렇다. 최근 한 달 동안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서울 친구와 함께 셋이서 다시 만나 고창 일대로 2박 3일의 여정을 즐기다. 이번 일정은 겨울이고 하니 온천과 미식으로 나름 정했었다. 호사가의 거들먹거림 같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우리 셋 모두가 진즉 고희를 넘겼고, 한..

여행 2023.12.14

이타적으로 산다는 것

친지의 혼사에 가느라 예전 서울에서 다니던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하게 되다. 아침 미사 시간에 맞춰 성당 입구에 들어서는데 그 앞에서 봉사하는 한 자매님이 "오랜만에 오셨네요" 하며 인사를 건넨다. 얼떨결에 "아, 네 - "하다. 바로 돌아서서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주보를 챙기며 잠시 생각해 봤지만 나를 알아보는 이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갔다. 오랜만에 왔다했으니 분명 나를 알고 있을텐데. 발걸음을 돌려 그 자매분 앞에 몇 발자국 다가서서 "그런데 저를 아세요?"하고 물었다. "그럼요. 제 이웃에 사시는데, 저어기 ..." "아, 그런가요?. 오랜만에 왔어요. 제가 지금 시골에 있어서요." "네, 알고 있어요." 지금 시골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그냥..

기타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