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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의 노고단 행

계산해 보니 55년 만이다. 지난 1968년, 고2 여름방학을 맞아 맘 맞는 친구들과 함께 무전여행을 나섰고 섬진강 백사장에서의 텐트 숙식 후 둘째 날의 행선지는 지리산 노고단이었다. 군용 텐트를 비롯한 그 무거운 짐들을 지거나 들고 화엄사 쪽에서 노고단으로 올랐다. 그 어렵고 힘든 난코스를 거의 패잔병 같은 신세로 참으로 기어오르듯 하여 도착했던 곳.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의 노고단은 발아래의 구름과 여기저기 노란 원추리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 모든 피곤을 잊게 했었다. 성삼재에서 내려 다 본 구례 산동면 온천마을 방향 그곳에 다시 가 보자는 친구의 제의에 따라 지난 홍도 흑산도 여행 이후 선택한 목적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우 수월했다. 차를 타고 성삼재까지 오른 후 그곳에서 도보로 노고단을 향하는..

기타 2023.08.26

나포 맨드라미

지난해 시월 중순 어느 날 나포의 한 길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포(羅浦)는 군산 쪽 금강 하구의 한 포구 동네다. 그곳에서 친구를 기다렸다기보다는 친구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바로 며칠 전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셨고 그의 육신만이 한 줌의 재로 고향 산소로 오고 계셨다. 한낮의 시골길은 다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쌓여 배회하고 있는데 길 건너편 저 앞으로 처음 보는듯한 빨간 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개량종인 듯한 맨드라미. 기존의 것 보다 키가 훨씬 크고 꽃이 컸다. 빨갛다기보다 검붉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온통 검붉었다. 그 씨를 받아 봄에 심은 것이 이 맨드라미다. 어릴 때 흔하게 보던 닭벼슬형의 꽃이 아니라 촛..

2023.08.20

가을농사 준비

유례없는 폭염이 지나가고 입추도 지났다. 곧 처서이니 지금의 더위는 오는 가을을 앙탈한다는 느낌. 아직 햇볕이 따가우나 일할만하다. 장마 또한 유례없이 길어 그동안 방관했더니 텃밭에 풀들이 무성하여 심난했으나 일단 시작하기로. 이미 뿌리가 깊어 작업하기 쉽지 않았지만 모두 걷어 내다. 그동안 낙엽과 함께 섞어서 묵혀두었던 닭똥을 거름으로 사용하기로 하다. 밭에 뿌리기 전에 다시 한번 잘 섞어주고.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구입한 계분과 포장퇴비만을 사용했었으나 올가을엔 내가 만든 거름만을 사용해 보기로.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계분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한 삽 한 삽... 배추와 무, 마늘을 심을 밭에 고루 뿌려 주다. 아궁이에 많이 쌓여있던 재들도 퍼 내어 밭에 섞어 주다. 주변에서 토양살충제를 권하..

텃밭 농사 202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