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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닭의 추락

사료를 주고 닭장을 나서려는데 몸 집이 큰 우두머리 수탉이 앞을 막고 있었다. 비켜나라고 발을 그 앞으로 뻗었더니 녀석이 대뜸 덤벼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녀석을 공격할 것으로 여긴 모양이었다. "허, 이놈 봐라" 비켜서라며 위협을 가하는 형태로 발로 땅을 한 번 차니 이 녀석이 험악한 자세로 재차 덤벼든다. 순간 놀라고 당황스러워 발로 살짝 걷어찼더니 계속 무서운 기세로 덤벼드는 것이었다. 곧바로 요절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막대기로 몇 대 살짝 쥐어박았더니 그제야 몸을 피한다. 그냥 후려치고 싶었으나 더 이상은 녀석들에게 막대기를 쓰지 않기로 한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수 가없었다. "아니, 괘씸하기 그지 없는 놈. 날마다 열심히 먹이..

내 집 이야기 2022.02.13

잔디밭 잡초

'잡초는 없다'라고 한 책 저자의 생각이 옳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면 이미 잡초가 아니다. 집 잔디밭에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잔디를 중심으로 보면 잡초라 할 수 있겠지만 독립된 개체로 보면 분명 유용한 야생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져버린 '점나도 나물'이란 풀이 그럴 수 있으려나. 어떤 이들은 농약을 해서 빨리 잡으라고 성화이고 어떤 이는 약품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농약을 쏴 아악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면서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약을 뿌리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황새냉이나 새포아플, 제비꽃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대개 두세 달 정도 살다가 사라지므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내 집 이야기 2022.02.12

뜬바위 산책

집에서 직선거리로 1Km 정도의 대숲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 2개가 있다.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아 마치 바위 하나가 허공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뜬 바위. 선사시대에 인위적으로 축조했을 거석문화의 한 모습일 것이다. 예전에는 주변에 괴이한 형상들을 한 바위들이 여럿 있었는데 석재 개발 붐을 타고 모두 사라지고 이 뜬바위만 남았다고. 이 덩치 큰 바위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건들게 되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 얘기 때문에 뜬바위만큼은 수난을 면했다고. 조성 당시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굴림용 통나무와 밧줄을 이용해서 멀리서 끌어 오고 흙을 쌓아가며 하나의 커다란 받침석 위에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았을 것이다. 내 눈으로는 영주 부석사의..

내 집 이야기 20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