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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잡초

'잡초는 없다'라고 한 책 저자의 생각이 옳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면 이미 잡초가 아니다. 집 잔디밭에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잔디를 중심으로 보면 잡초라 할 수 있겠지만 독립된 개체로 보면 분명 유용한 야생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져버린 '점나도 나물'이란 풀이 그럴 수 있으려나. 어떤 이들은 농약을 해서 빨리 잡으라고 성화이고 어떤 이는 약품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농약을 쏴 아악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면서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약을 뿌리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황새냉이나 새포아플, 제비꽃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대개 두세 달 정도 살다가 사라지므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내 집 이야기 2022.02.12

뜬바위 산책

집에서 직선거리로 1Km 정도의 대숲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 2개가 있다.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아 마치 바위 하나가 허공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뜬 바위. 선사시대에 인위적으로 축조했을 거석문화의 한 모습일 것이다. 예전에는 주변에 괴이한 형상들을 한 바위들이 여럿 있었는데 석재 개발 붐을 타고 모두 사라지고 이 뜬바위만 남았다고. 이 덩치 큰 바위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건들게 되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 얘기 때문에 뜬바위만큼은 수난을 면했다고. 조성 당시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굴림용 통나무와 밧줄을 이용해서 멀리서 끌어 오고 흙을 쌓아가며 하나의 커다란 받침석 위에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았을 것이다. 내 눈으로는 영주 부석사의..

내 집 이야기 2022.02.02

한 겨울의 돼지감자

밭으로 일군 후 처음에는 감자를 조금 심었으나 땅이 워낙 척박해 수확이랄 게 없었다. 그 후 그냥 방치하다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것 같은 돼지감자를 심어보기로 했다. 시장에서 두어 주먹 사다가 적당히 심었다. 싹이 돋고 어느 정도 자랐으나 꽃이 피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늦가을에 몇 군데 파 보니 생각대로 구근이 없었다. 역시 땅 때문이려니 했다. 이듬해에도 꽃이 몇 개 피었을 뿐 성장이 좋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시 두 해가 지나고, 겨울이라서 특별히 해야 할 밭일도 없고 보니 혹시나 하고 땅을 파 본다. 그런데 이게 웬 인일가. 제법 굵은 돼지감자 알이 쏟아지지 않는가. 제멋대로 생겨 뚱딴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여기 저기에서 손으로 줍는 재미가 쏠쏠했다. 버려둔 땅에서 자라준 게 고마웠다..

텃밭 농사 202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