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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덩굴

지난겨울 지인이 씨앗을 건네줬다. 덩굴처럼 올라간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을 뿐 까만 씨앗은 마치 서리태처럼 생겨서 덩굴 콩의 한 종자인 줄만 알았다. 덩굴로 뻗는 동부콩을 심어본 일이 있었는데 시원치 않아 무관심했다. 마땅히 심을 만한 터도 없었다.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날 생각해서 종자를 건네준 그 마음이 고마워 결국 올봄 대 여섯 알을 자투리 땅 적당한 곳에 대충 파종.  그랬더니 마치 여주의 새 순 같은 싹이 돋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싹이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 반갑고 고마워 잘 길러보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었다.전반적으로 매우 연약한 모습의 잎과 줄기였지만 나중에 어떤 모습이 돌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중 닭장 밖에 심은 것은 거름기가 있어서 인지 유독 성장..

2024.07.26

안개초?

화단에 분홍의 예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꽃이다.지난 3월에 파종을 해 놓고는 어떻게 생긴 꽃일까 무척 궁금해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단아하고 어여쁜 모습이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만.  꽃이름을 몰라 검색해 보니 이질풀 꽃이라는 확률이 94%라고 뜬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어 다른 형태로 찍어 보니 이번에는 쥐손이풀. 이것도 아닌데...산에 다니면서 이 두 꽃의 이름과 형태를 진즉 알고 있기에 그렇다.요즘 수입되어 오는 종(種)이 워낙 많은지라 아직 등록이 되어있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갖고 있는 식물대백과사전에는 아예 없으리라 여겨 들춰보지도 않았다.최근에 둘러본 대형의 화원에도 이 꽃은 없었다.줄기를 보니 진즉 낙화한 끈끈이대나물과 흡사한데 꽃은 이질풀 꽃과..

2024.06.20

삼지닥나무 꽃의 재발견

꽃에 눈길이 자주 간다. 예쁜 자태라서 그렇다. 수년 전 전통문화 관련 일을 할 때 근무지 정원에 이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꽃이 참 매력적이었다. 퇴직 후 자주 생각 나 한 농원에서 어렵게 구해 심었는데 추위에 약한 탓에 구입 당시 가지 몇 개가 동사한 상태였지만 어떻든 이후 잘 자라주었고, 하여 올해는 유난히 꽃송이가 많이 달렸다. 반갑다. 멀리에서 보면 작은 솜 뭉텅이 같은 게 가지 끝에 달려있는 것 같아 존재감이 없지만 가까이 대하면 여간 예쁜 게 아니다. 더구나 그 향기가 아주 그윽하다. 그래, 꽃이란 게 다 그렇지. 가까이 아주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 송이에 긴 자루 모양의 아주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모아 피는지라 쳐다보는 묘미도 특별하다. 표면에는 흰색..

2024.03.17

나포 맨드라미

지난해 시월 중순 어느 날 나포의 한 길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포(羅浦)는 군산 쪽 금강 하구의 한 포구 동네다. 그곳에서 친구를 기다렸다기보다는 친구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바로 며칠 전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셨고 그의 육신만이 한 줌의 재로 고향 산소로 오고 계셨다. 한낮의 시골길은 다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쌓여 배회하고 있는데 길 건너편 저 앞으로 처음 보는듯한 빨간 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개량종인 듯한 맨드라미. 기존의 것 보다 키가 훨씬 크고 꽃이 컸다. 빨갛다기보다 검붉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온통 검붉었다. 그 씨를 받아 봄에 심은 것이 이 맨드라미다. 어릴 때 흔하게 보던 닭벼슬형의 꽃이 아니라 촛..

2023.08.20

하늘로 올라 간 능소화

능소화 묘목을 구입해 심은 지 15년이 훌쩍 넘었건만 마사토 성분의 겉흙을 제거하면 바로 암반층이어서 그동안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기품 있어 보이는 꽃을 봐야겠다 싶어 여기저기 나눠 심었는데 그동안 그저 근근이 생명을 유지해 온 수준. 어느 날 소나무에 담쟁이가 기어 오른 것을 보고 저기에 능소화를 올렸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옮겨 심었지만 그 후 수년 동안 뿌리를 내리지 못한 듯 서너 뼘 정도의 키 작은 그대로였다. 또 다른 곳은 건조한 땅 때문에 말라죽기도 하고. 그런데 지난 해 부터 갑자기 성장세를 보이더니만 올해는 그 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라간다. 대략 20 여 m를 올라간 듯싶다. 감탄.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저렇게 해서 꽃이라도 피는 걸까 여겼는데 웬걸 그 높은..

2022.07.28

새 봄 새 꽃

삼지닥나무 꽃이다. 닥나무이긴 하되 가지가 3개로 뻗어 나온다는 의미의 삼지(三枝) 닥나무. 그 삼지닥나무에 핀 꽃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뭉쳐 아래로 향해 피었는데 작은 꽃들이 앙증맞으면서도 꽃자루에 난 하얀 솜털이 오래전 설악산에서 봤던 에델바이스처럼 품격이 있었다. 만지면 마치 기모옷감처럼 매우 부드러울 것 같았다. 지난해 봄, 집 안의 양지바른 곳에 심었었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수소문하다가 전주에 있는 한 농원과 연이 닿았다. 내가 직접 가려했는데 재배업을 하는 주인이 내가 살고 있는 방향으로 갈 일이 있으니 직접 실어 다 주겠단다.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무였는데 싹이 죽어있는 메마른 가지 형태였다. 지난겨울이 많이 추워서..

202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