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57

가을 서대산

올핸 단풍이 늦었다는데 지금 쯤 어디 가볼 만한 산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서대산. 대전에 들러 성묘도 해야 하니 거기가 좋겠다 싶었다.내가 갖고 있는 종교의 좋은 점 하나가 조상을 생각하는 날이 있다는 것. 11월 2일이 위령의 날이고 성당 미사와 함께 이후 8일까지 조상의 묘소를 찾아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권하고 있어 대전의 묘원에는 이미 가기로 마음 정하고 있었고.  신평마을 쪽에서 바라본 저 멀리 높은 봉우리의 서대산 집에서의 출발을 조금 서두른다 했는데 성묘를 마치고 대전을 나선 게 9시 30분. 서대산 등산 입구인 금산 추부면 개덕사까지 1시간 5분이 소요된다고 뜬다. 하늘에는 지금 구름이 많이 깔려있고 예보로도 종일 구름이 많은 것으로 되어 있어 단풍과 조망을 ..

산행 2024.11.06

구절초 공원과 종석산

가을 초입이면 구절초 축제가 열리는 정읍 산내면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매년 지나치기만 하다가 올해 기회가 되었다. 지난 10. 13까지 앞서 열흘 동안의 해당 지역 축제는 그 기간 동안 꽃들이 완전 개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종료되었는데 막상 꽃들은 이제 만개가 된 것이다. 한 여름의 지루했던 무더위 탓이다.지금 쯤 가면 차분히 볼 수 있겠다 싶어 16일 아침 집을 나서다.  현장에 9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없다. 예상 밖이다. 개화 시기가 늦다는 소식 미리 알고 어느 정도는 찾아올 줄 알았는데. 주차장은 한가했고 매표소도 문을 닫았다. 자유 출입.실기한 해당 지자체에서 최소한의 안내 시설만 운영하고 있었다. 그동안 심고 가꾸느라 대단한 공력이 들어갔을 테고 각종 행사와 먹거..

산행 2024.10.18

식장산 일별

산행 목적이 아니었다. 대전에 있는 선대 묘소에 진즉부터 성묘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형제들과 함께 1년에 딱 한 번 나섰던 추석절의 연례행사였지만 지금은 오늘처럼 혼자가 되었다.수많은 세월이 흘러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곁에 함께였던 육신들은 이제 흙이 되어 떨어져 있게 되었고 그래서 찾는 이 없어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면서 불현듯 집을 나서게 만든다. 나이 탓이다.  지난 1월 하순 보문산에 올라 촬영했던 멀리 식장산의 원경. 돌아오는 길에 비교적 가까운 위치의 식장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난 겨울 같은 대전의 보문산에 올라 멀리 바라만 봤던 산.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산행에서는 더위라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저 물 한..

산행 2024.08.01

용화산에 오르면서

한동안 산행이 뜸했다. 텃밭과 화초, 나무 가꾸는 일에 시간과 손이 많이 갔다. 나름 짜인 바깥일에서 볕이 따가워지고 보니 잠시 쉬고 싶어졌다. 얼마 전 약간의 장마 피해가 있어 땀을 좀 쏟고 났더니 산에 가고 싶어졌다. 마음속으로는 사실 늘 산에 오르고 싶었지만.  내 집 동쪽 가까운 곳에 용화산이 있고 요즘의 아침 해는 늘 그곳에서 떠오른다.날마다 대하는 산인데 며칠 전부터 길게 뻗은 능선이 자주 시건을 멈추게 했다. 이번에는 저기 보이는 오른쪽 방향에서 시작하여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는 능선을 따라 한번 올라 봐야지... 했다.9시가 지났는데도 운무가 걷히지 않아 정상에서의 시야 확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서다.  마한박물관이 있는 곳에 입구가 있다. 예전에 그 앞 서동공원을 찾으면서 ..

산행 2024.07.14

장암 마을에서 장군봉까지

산에 가야 되는데... 이번에는 내가 기대어 사는 미륵산을 다른 코스로 올라 보기로. 내가 사는 곳의 반대편인 익산 낭산면 장암마을에서 정상까지의 산행 코스는 지금껏 한 번도  찾아본 일이 없었다.  내 집에서는 식사 시간 때마다 식탁에서 미륵산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나 할까.  미륵산은 내 집 뒷산 개념이어서 아무 때고 쉽게 오를 수 있었고 집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40분 정도의 시간이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출발.  저 위로 멀리 방송사와 통신사의 송신탑이 보인다. 생각보다 능선이 완만하고 길어서 여기에서는 1시간 이상은 족히 걸어야 될 것 같았다. 간밤의 비로 가까이에서는 매우 청명하고 신선해 보이는 날씨였지만 황사 때문에 외출하기에 그리 좋..

산행 2024.05.12

신록예찬과 노성산

온 산이 싱그러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 산에 올라야지 - " 했으면서도 어느새 4월 끝자락이 되었다. 비록 텃밭 농사라 할지라도 일손이 바쁘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었던 산행,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논산 노성산을 찾아가기로.  집을 나선 후 40여 분이 지나자 차도 위 저 잎으로 노성산이 보인다. 처음 찾아가는 곳이지만 쉽게 감이 잡힌다. 오른쪽 옆으로는 계룡산 줄기가 길게 뻗어있다. 좌측의 계룡산 연화봉(739m)은 진즉 올랐으나 정상인 천황봉(846m)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신록' 그 이름 때문에 몸이 뒤숭숭하여 산행에 나섰지만 가는 곳이 깊은 산이 아니어서 사실 별 기대감이 없다. 그저 산에 가고 싶어 산에 간다는.  해마다 봄이 되면 산마다의 싱그러움에 반해 교과서에서 배웠던 그 "..

산행 2024.04.28

얼레지 꽃보러 불명산으로

산에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행선지 때문에 꾸물거린다. 내 집에서 가까운 '적당한' 산을 찾자니 차별화 때문에 수월하지가 않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불명산이 떠올랐다. 완주 경천면 화암사를 여러 번 찾아갔으면서도 그 사찰을 감싸고 있는 산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 떼 화암사에 갔을 때도 그랬다. - 그래, 지금 가면 얼레지를 볼 수 있을 거야. 얼레지 보로가자. 복수초는 다 졌나?... 1년 만에 다시 찾은 화암사 초입에서 곧바로 얼레지를 대할 수 있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아직 낙엽들이 많이 쌓여있는 길 양 옆으로 어떤 식물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고 있다.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화사하다. 얼룩이 있는 잎도 예사롭지 않지만 보라색 꽃은 매우 세련되고 미끈하며..

산행 2024.03.25

무등, 그 무연함 앞에서

무등(無等)은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산 자체가 후덕스럽게 보여 그런 이름이 붙을 만하다는 웅대한 산 무등산. 오랜 직장 생활에서 저 말단부터 시작해 정상부까지 오르며 유등(有等)의 존재감을 은근히 과시하며 내 자신 건방을 떨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무등'의 의미가 새삼 와닿는다. 이제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높고 낮음이란 게 그저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질 뿐. 오랜 세월 동안 늘 마음에 담기만 하고 살았던 무등의 산, 그 산을 어제 다시 찾게 되다. 오전 8시 30분 무렵이다. 차가 북광주를 지날 때 저 멀리 구름이 걸쳐있는 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 - 무등산이다. 여느 산과 전혀 다른 자태의 서기 어린 모습에 감탄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 역시 무등산은 ..

산행 2024.03.12

이제야 보문산에 오르다

해마다 아버지를 따라 선대의 산소를 찾던 성묘 길, 서대전에 들어서서 외곽으로 난 길을 타면 산소에 이르기 전 오른쪽으로 육중한 산이 서 있었다. 산 이름은 보문산,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한 차례 전해 들었지만 그 후로도 잊히지 않았다. 보문이란 이름이 보물의 음훈이 비슷하다는 것 때문인지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산인가 보다고 여겼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어린 마음에 신비롭게 다가왔던 산. 내가 점차 나이 들어가면서 그 산은 점점 몸집이 작아졌지만 성묘 때마다 그 앞을 지나다닌 지 반백년 세월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도 보문산은 나에게 미지의 산이었다. 그리고는 흰머리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서야 오늘 그 산을 올라 본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저 아래 서대전 구봉산 자락(가수원)처럼 행여 이 산에도 아..

산행 2024.01.30

위봉산성따라 되실봉까지

괜스레 마음만 바빠 얼마간 산행이 뜸했다. 간밤에 눈이 내린 바람에 아침 일찍 나서려 했던 1시간 남짓 거리의 완주 위봉산 산행에 제동이 걸렸다. 해가 올랐으니 눈이 좀 녹으면 나서는 게 좋겠다 싶어 10시 반쯤이 되어서야 집을 나서다. 살짝 내린 눈이었지만 산간지대 그늘진 도로는 군데군데 빙판 길이어서 조심 또 조심. 대아호의 드넓은 호수를 돌아 위봉사로 향하는데 휴일인데도 날씨 때문인지 통행 차량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위봉사에 도착해 뒤쪽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왔던 위봉산(威鳳山, 위봉사 입구 안내표지판에는 추줄산이라 표기)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웬걸 길이 없다. 조금 배회하다가 인근 주민 한 사람에게 물으니 지금은 등산로가 없어졌다는 것. 저 아래쪽 위봉산성 쪽으로 가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과거 지나..

산행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