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57

오서산

지난번 칠갑산에 이어 다시 충청권 산에 오르기로 하다. 일단은 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차로 대략 1시간 반 정도의 거리. 보령 시내를 빠져나가 청라면 쪽으로 향하니 멀리 산봉우리가 보인다. 그런데 저 산이 맞는가 싶다. 서해 연안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791m 정도의 산이라면 산세가 제법 깊을 만 한데 내 눈에 야트막하고 밋밋해 보여서. 마치 동네 뒷산처럼 보이는 이 산이 791m 의 오서산. 산행은 이 산 동쪽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주말과 휴일 그리고 어제 근로자의 날을 포함해 휴일이 겹쳤고 보니 찾는 이가 많을 것 같아 다음 날인 평일을 택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가 글 속에서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는 표현을 했던데 내가 그렇다. 그런 내가 그동안 어떻..

산행 2023.05.03

칠갑산과 장곡사

칠갑산(七甲山)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병선의 노래 때문이었다. 내 차 안에는 그의 노래 카세트테이프가 있었고 운전할 때마다 수시로 들었다. 노랫말과 멜로디 그리고 창법이 그저 고생만 하며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의 한과 애환을 담은 것 같아 애착이 갔고 가수 주병선의 고향이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여수라는 것에서 더욱 그랬다. 아주 오래전 칠갑산을 스쳐지나 간 일이 있었지만 그 후 참 많은 시간이 흘러갔어도 더 이상의 인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팔공산 산행 이후 다음 산행지를 물색하다가 다시 떠오른 칠갑산. 그동안은 주로 전라북도 안에 존재하는 산들이었기에 이젠 권 외의 산들을 찾아보기로. 집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 미리 살펴보니 산 정상까지의 산행 코스가 9개나 있어서 적당한 ..

산행 2023.04.11

오! 얼레지!

"어? 이 꽃 좀 봐!" 산길에 동행하던 일행 중 한 사람이 반가워하며 무슨 꽃인지 궁금해한다. 무심코 걷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와- 그렇게 반가울 수가. 그런데 꽃 이름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데. 엘리지? 아니다 그건 가수 이미자를 두고 하는 하는 말이고. 그 비스무리한 건데... 골똘히 생각하니 기억이 살아났다. 꽃 모양이 독특한 데다 이름도 특이해서 머리에 입력된 상태가 좋았던 모양이다. 얼레지다. "그 꽃 얼레지라는 꽃입니다" 우쭐대며 잘난 체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휴대전화로 꽃 검색을 시도한다. 좋은 세상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면 곧바로 이름을 알려주니. "-맞네요" 꽃잎이 뒤로 제껴져 있고 땅 표면을 덮고 있는 넓은 잎 두 장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얼레지라..

산행 2023.04.02

팔공산에 오르다

지리산, 덕유산, 대둔산 등등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높은 산봉우리들을 거의 올라본 바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오르지 못한 채 내 마음에 남아있던 산이 팔공산이었다. 한 때 산행을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기억이 아쉬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벚꽃이 피고 나무들마다에 새 이파리가 피어나는 신록의 계절쯤으로 그 시기를 생각하다가는 오르고 싶을 때 가겠노라고 불쑥 집을 나서다. 간밤의 잠자리에서 내일 미세먼지가 '나쁨'이면 다시 생각할 참이었는데 '보통'이란다. 보통 수준이라 해도 산에 오르게 되면 주위 조망이 어려워 손해 본 느낌일텐데 어쩌나 싶으면서도 이왕 나서기로 했으니 산행 그 자체로 만족하기로. 진안 IC를 빠져나와 백운면 소재지를 벗어나자 저 멀리 팔공산(八公山)이 보인다. 뿌옇게 ..

산행 2023.03.26

생강나무 꽃 피었을까

봄기운이 가득하다 싶은데 바람이 많이 분다. 텃밭농사 준비 이미 끝났으니 산에 꽃구경 가고 싶어졌다. 울안의 생강나무꽃 이미 피었으니 산에도 많이 피었으리라. 지금의 이 터에 처음 둥지 틀었을 때 뒷산 미륵산에 오르니 그때 노란 생강나무 꽃이 여기저기에 많이도 피어 있었다. 미륵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군데 있으나 생강나무 꽃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산길은 미륵산 다듬재에서 우재봉으로 오르는 동쪽 길이다. '다듬재'라는 고개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이 쪽 길의 산행 선택은 그로부터 15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생강나무 꽃 보고 싶어 일상의 옷차람으로 갑자기 나섰다. 4백 미터 급 산이고 보니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는 표현이 맞지 아닐는지. 초입에서 조금 오르면 거대한(?) 석성이 ..

산행 20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