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57

내변산을 찾았더니

늦었다 싶으면서도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기대뿐이었다. 내변산이 단풍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산세가 제법 깊어 부분적이라도 오색의 물결을 볼 수 있기를 바랐었다. 바다도 볼 겸. 부안 내변산(內邊山) 쪽은 참 오랜만이다. 채석강이 있는 외변산과 새만금 쪽 바다는 가끔 씩 갈 기회가 있었지만 산 쪽은 한두 번 정도. 하서면에서 내변산 주차장으로 가는 일부의 길은 양 옆으로 벚나무가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면 만개한 화사한 벚꽃들로 기분 좋은 꽃길이리라. 봄이면 온통 나무 전체로 꽃차림을 해서 인지 벚나무는 잎을 다른 나무들보다 유독 일찍 떨어트린다. 그래서 벚나무는 봄을 위한 나무다. 입동이 하루 지난 오늘 나는 지금 나목이 된 좀 을씨년스러운 ..

산행 2023.11.11

오금산 산책

집 앞으로 낮게 뻗어있는 작은 야산이 오금산이다. 날마다 대면하며 살면서도 두어 번 올라가 봤을 뿐 그저 늘 바라만 보는 산이다.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하염없이 지고 있어 갑자기 앞 산에 가고 싶어졌다. 아직 한 번도 걸어 본 일이 없는 그곳 능선길을 걸어보리라 생각하면서. 오후 서너 시부터의 비 예보가 있어 점심 후 곧바로 찾다. 높이가 125m에 불과하니 그냥 산책하고 오겠다는 가벼운 마음. 오금산(五金山)은 백제 서동 설화와 얽혀있다. 여기에서 다섯 덩이의 금을 캐서 오금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여기에서 캐낸 금들을 신라 진평왕에게 보내 선화공주를 얻게 되었고 그 자신은 30대 백제 무왕이 된. 이 산이 전략적으로 중요했던 모양이다. 토성이 구축되어 있어서 "익산토성"이라 불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발굴결..

산행 2023.11.06

바랑산

단풍철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마음으로는 주왕산이나 가야산을 찾고 싶었으나 여건이 안돼 지도를 살펴보다가 비교적 가까운 논산의 바랑산을 택하다. 바랑산? 이름이 예쁘다. 일단 찾는 이가 적어 차분하게 산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가자 바랑산으로. 등산코스라를 미리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살펴봤지만 마땅한 정보가 없다. 딱 하나의 산행기가 있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다. 결국 논산 양촌면 오산리가 시작점이란 것만 기억하고 "바랑"보다 작은 어깨걸이 가방을 하나 챙겨 집을 나섰다. 오산 2리 마을회관과 그 앞 공터 따라서 이번의 내 글은 혹 다음 사람을 위해 정보 위주로 작성하기로. "양촌면 오산 2리 마을회관"을 입력하면 쉬울 것이다. 건물 앞에 주차 공간이 있고, 아니면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해도 좋을 것..

산행 2023.10.31

함라산 줄기 따라

8시가 지나 마악 나서려는데 비가 오신다. 어제 오후에 확인해 보니 오늘 오후 2시 무렵부터 비 예보가 있어 그렇다면 오전 중 가까운 함라산에 다녀올 셈이었다. 그런데 시간 예보가 어긋난다. 결국 하루 뒤로 미루겠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잠시 후 구름이 걷혔다. 그래 바로 밖으로 나서야지. 멀리 함라산 줄기가 보인다. 평야 지대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차령산맥에서 뻗어 나온 외줄기 같아서 볼 때마다 스산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산의 입장이 되어보니 평평한 땅에서 삭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산이 아닌지. 학창 시절 인접한 함열역에서 내려 걸어서 재를 넘어 숭림사라는 절에도 갔었고 또 언젠가는 맘먹고 산 정상에 오른 바도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는 도무..

산행 2023.10.14

봉실산과 마실길

내 집 옆으로의 용화산 여명. 오전 6시. 오늘 아침 여명이 참 좋다. 이런 모습 볼 때마다 시골 생활의 기쁨을 새삼 맛본다. 오늘 가까운 곳으로 산행하려니 했는데 그 마음을 더욱 부추기는 듯. 집 뒤편으로는 내가 기대어 살고 있는 미륵산, 옆으로 용화산, 그리고 앞 쪽으로는 야트막한 오금산. -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산이다. 오늘은 조금 더 옆의 봉실산 산행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완주군 비봉면에 속하는 산이다. 봉실산(鳳實山, 374m) 줄기에는 옥녀봉이라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산봉우리 꼭대기에 다른 산들의 능선 윤곽과는 다르게 제법 큰 나무가 서 있어서 지나치며 볼 때마다 궁금했던 바, 나무 형태를 보면 소나무는 아닌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올라가 봤더니 상수리나무 3그루가 형제처럼 자..

산행 2023.09.28

데미샘과 뜬봉샘

데미와 뜬봉은 느낌 그대로 우리말이다. 데미는 더미에서 파생됐는데 더미는 봉우리를 뜻하는 전라도 쪽 말이다. 뜬봉의 뜬은 뜨다는 의미이고 곧 봉(봉황)이 떠 올랐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해 샘(泉)에 붙여진 말인데 데미샘은 섬진강의 시원이 되는 샘이고, 뜬봉은 금강의 시원이 되는 샘 이름이다. 섬진과 금강의 본류는 과거 여러 기회로 찾아가는 일이 잦은 편이었으나 그 발원지를 찾아 본 일은 없었다. 내 사는 곳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으니 이제 언젠가 가 보리라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사실은 근처에 가는 일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마음먹고 산행을 해야 했기에 포기했던 곳. 백두대간에서 갈라 진 금남호남정맥의 거의 한 구역에 존재하고 있는 샘이다. 같은 지역인데 차로의 방향이 다르다해서 따로따로 두 번의 ..

산행 2023.09.03

운장산 동봉

오래전 운장산 서봉에 올라 동봉 쪽으로 산행을 계속하려 했으나 심한 안개비로 인해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포기했던 일이 있다. 비슷한 높이지만 정상이 동봉이라서 더 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산을 이제야 오늘 다시 오르기로. 그 땐 최 단코스라서 피암목재(운장산휴게소)에서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내처사동이란 곳에서 동봉을 오르기로. 진안군 주천면은 산이 많고 계곡이 많아 여름 피서철에 사람들이 참 많이도 찾는 곳이다. 바위와 숲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주자천을 따라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도로 양쪽으로 즐비하게 주차한 수많은 차량과 피서객들을 보다. 계곡을 군데군데 인위적으로 막아 작은 풀장을 만들었고 그곳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힌다. 그런데 저게 과연 계곡의 맑은 물일까 싶다. 반면에 땀을 많..

산행 2023.08.06

원등산을 찾았더니...

산행 장소를 탐색하다가 원등산(遠燈山, 713m)을 알게 되다. 완주군 소양면에 있다. 떠나기 전 두 사람 정도의 산행기 정도를 봤었는데 등산로를 개척하며 산행을 했던 것인지 길이 없어 주민들의 희미한 흔적들을 살펴가며 올랐다는... 어떻든 최소한의 등산로는 있겠지 싶어 일단 초입인 완주 소양면 해월리로 출발. 성요셉병원 뒤로 등산로가 있다 하여 찾았더니 전혀 분위기가 아니다. 어느 한 곳에도 안내 표지판도 흔적도 없다. 아주 오래전 등산로인가 싶어 좁은 길을 한 참 올라갔다가 길이 끊겨있어 난감해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위에 물을 사람도 없어 포기하다. "성요셉병원이 여기에 있었구나!" 지난해 내가 다니는 성당에 모금하러 왔던 수녀님 3분이 떠올랐다. 모두 함께 미사를 드리는데 수녀 한 분이 찬 바닥에..

산행 2023.07.30

천등산과 하늘과...

높은 지명을 표기할 때 유독 하늘 天자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天字를 붙여 하늘과 가까이하려는 신앙심 때문인지 "높다"는 그 자체를 단순한 비교 우위 개념에서 그리 붙인 것인지. 오늘은 천등산이다. 산행한 지 2주가 지났으므로 다시 산을 찾을 때가 되었다. 체력 향상이라기보다는 평소의 체력이라도 잘 유지해 보겠다는 생각이 크지만 오늘 폭염일 것이라는 예보가 있고 하니 아무래도 산은 좋은 피신처. 예전에는 꽃과 나무와, 바람과 구름과, 그리고 자유로움 뭐 그런 것들이 목적이었지만 화살만큼 빠른 세월이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 천등산과 대둔산이 있는 산맥의 고산 준봉들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천등산(天燈山, 706.9m)이다. "울고 넘는 박달재" 때문에 익숙한 이름이지만 검색해 보니 대한민국 안에 천등이란 이..

산행 2023.07.03

다시 산으로. 운암산

보령의 오서산 이후 어느새 한 달 보름 정도가 지났다. 산에 가야지, 산에 가야지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영농준비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편. 연일 계속되는 더위로 텃밭 일이 쉽지 않다. 그래, 이럴 때 산에 가야지 하면서 운암산으로 결정. 애초 충청권을 물색하며 생각해 보니 이제 내 맘에 남아있는 곳은 보문산과 식장산 두 곳이었다. 그런데 대전이라는 대도시와 근접해 있어 등산복 차림이 아닌 평상복으로도 가능하지 않나 싶어 매력이 덜했다. 결국 시원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완주의 운암산(雲巖山, 597m))으로 가닥을 잡았다. 저기 멀리 보이는 산이 운암산. 그 아래 대아호가 있다. 내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서 이따금 씩 찾는 지역이다. 호수 주변으로 난 드라이브 코스의 경..

산행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