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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공원과 종석산

가을 초입이면 구절초 축제가 열리는 정읍 산내면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매년 지나치기만 하다가 올해 기회가 되었다. 지난 10. 13까지 앞서 열흘 동안의 해당 지역 축제는 그 기간 동안 꽃들이 완전 개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종료되었는데 막상 꽃들은 이제 만개가 된 것이다. 한 여름의 지루했던 무더위 탓이다.지금 쯤 가면 차분히 볼 수 있겠다 싶어 16일 아침 집을 나서다.  현장에 9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없다. 예상 밖이다. 개화 시기가 늦다는 소식 미리 알고 어느 정도는 찾아올 줄 알았는데. 주차장은 한가했고 매표소도 문을 닫았다. 자유 출입.실기한 해당 지자체에서 최소한의 안내 시설만 운영하고 있었다. 그동안 심고 가꾸느라 대단한 공력이 들어갔을 테고 각종 행사와 먹거..

산행 2024.10.18

미륵사지 석탑 미디어아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오랜 약사의 석탑과 현대 미디어 아트와의 만남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미륵사지 석탑에 여러 형태의 레이저 광선을 투사하며 현란한 모습들을 만들어 냈다. "전국 최초의 역사 유적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졌고 빛이 투사될 때마다 사람들은 우와, 우와 -  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빛과 역사와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에 대한 감탄일까.아님 빛이 만들어 낸 신비스러운 형상에 대해 감탄하는 것일까.    규모 있는 문화 행사와의 접촉 기회가 적은 지역에서 가졌던 이벤트였고 보니 퍽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 9. 6부터 10. 6까지 한 달간 흔치 않은 볼거리(?)가 이곳 미륵사지에서 제공되었다.어둠은 모든 것을 덮어 있었지만 레이저 빛은 깜 한 하늘에 움직이는 ..

기타 2024.10.13

둘레길의 맥문동

집과 연결된 미륵산 둘레길을 자주 걷는다. 가을 텃밭 관리로 며칠 뜸하다가 나섰더니 솔밭 오솔길 사이로 보랏빛 맥문동 꽃이 한창이다. 해마다 여는 서천군의 맥문동 축제가 지난 8월 하순에 끝났다는데 지금 여기에서 무리로 볼 수 있다니.  솔밭 밑으로 은은한 색으로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그렇게  많은 면적은 아니나 평소 이 둘레길을 찾는 몇 사람(?) 정도에게는 작은 환호를 안겨 주는 소중한 공간이 된다.  한약방을 하던 친구네 대문 옆 은행나무 밑에 자라고 있던 것을 어릴 때부터 봐 와서 낯설지 않은 식물.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각인되어 있다. 내가 산자락에 집을 마련하고 아내와 함께 연못가에 처음 심었던 것이 이 맥문동이었다. 언덕에 흔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때 많은..

내 집 이야기 2024.10.03

벤츄레이터 교체

이런 걸 여기에서 팔까? 하면서도 면소재지 건재상회에 들러"정화조 바람개비...  " 했는데 곧바로 "벤츄레이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매우 희소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지만 그 물건의 이름을 원어(Ventilator)로 표현해 주는 그 자체도 사실은 좀 놀라웠다. 얼마 전 변기 물탱크의 필 밸브(Fill valve)가 고장 나 철물점에 들러 내가 그 이름을 말했다가 뭘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고는 다시 말을 바꿔  "그 부레같이 생긴 것..    "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네 가옥이 현대식 구조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물건들이 처음 대하는 물건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 이름들도 새로운 것이 많아졌다. AI 시대를 살..

내 집 이야기 2024.09.25

여름날의 석양

지난 여름날은 참으로 무더웠다. 노동력이 필요한 밖에서의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1주일 여를 더 지나야 평년 날씨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 9월, 마음 안에 이미 가을이 들어섰다.숫자 상의 여름인 지난 6월부터 대문 밖에 나가 석양을 보았다. 저녁을 마친 후 한낮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해질 무렵에 집 주변을 거닐며 서녘의 노을을 볼 수 있어 좋았다.해는 그 자리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졌지만 주위의 구름과 노을빛은 날마다 새로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그냥 무연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악 가라앉았다.그리고 남겨 두고 싶었다.가능한 같은 사이즈로 담았다. 똑같은 자리에서의 자연 현상 그대로.미처 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여름날 3개월 동안의 석양을 ..

내 집 이야기 2024.09.01

닭장 확장

청계 중병아리 9마리가 새 식구로 들어오면서 기존의 닭장이 좀 좁아졌다. 많아 보인다. 이전에 20여 마리 성계를 어떻게 키웠나 싶다. 이 녀석들은 다른 품종들과는 달리 호기심이 많은 데가 호들갑을 떠는 스타일이어서 생동감이 있다. 약간의 거리를 이동해도 종종걸음 대신 날쌘돌이처럼 냅다 뛰어 다니는 모습이 우습다. 달리 표현하면 정신 사나울 정도로 녀석들이 좀 산만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아직 병아리 티를 벗지 않아 귀엽고 사랑스럽다. 암수 구분이 육안으로 구분되는 시기까지 키우면 과연 몇 마리가 암탉으로 될지 궁금. 기존의 닭장 옆으로 약간의 방사장이 있으나 허술하게 울타리를 둘러 허접하였다.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에서 활동하도록 나름 배려한 것이었으나 천정 그물이 없어 저녁 이후로는 족제비로부터의 피해..

내 집 이야기 2024.08.30

미스터리한 향기

저녁 후 마당을 거닐고 있었는데 은근한 향기가 느껴졌다. 시간 상으로는 7시쯤?뭐지? 그 향기는 꽃밭에 심어진 화초나 나무가 아닌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존재에서 풍겨 전해오는 것 같았다. 마치 쥐똥나무나 때죽나무 그것처럼 약간의 자극이 느껴지는 향. 특별히 좋은 건 아니지만 은은함이 있어서 좋았다.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그 진원지를 찾아낼 수 없어 궁금. 비슷한 향의 목서는 아직 개화 시기가 아니어서 미스터리에 빠지다.집 언덕과 뒷산 쪽에서 건너오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만한 나무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카시나 밤, 자귀 꽃들은 이미 오래전에 졌고 보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향기는 며칠 째 저녁 무렵부터 계속되었지만 실체를 알 수 없었다.엊그제는 유독 향이 강해서 약간 머리가 아플..

내 집 이야기 2024.08.29

회색 추억 만들기

3개월 만에 깨복장이 친구들 다시 만나다. 이번에는 무주를 중심으로 짧은 여행 하기로.B친구가 재수할 무렵 건강 때문에 구천동 초입에 방 하나를 얻어 그곳에서 한 달 여 몸관리를 해야 했던 아픈(?) 추억이 있는데 그쪽을 가 보고 싶다는 친구의 제의. 그동안 앞만 보고 살았던 우리네가 세월의 흐름 위에서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일단 내가 사는 곳에 모여 하루 밤 끝도 없이 사는 얘기 오가고. 아침엔 산자락에 사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 같다고 격려해 주었지만 정작 그 안에 사는 나는 그 "자연"이라는 것에 이제 많이 무디어졌다.어떻든 아침 밥상에 내 집에서 나온 달걀과 오이 하나라도 같이 먹을 수 있음이 좋았고.  완주 "고산문화공원"이란 곳에 들러 그곳에 조성되어 있..

여행 2024.08.16

다시 청계 입사

옆집에서 청계 병아리를 좀 가져가 기르란다. 부화기를 구입해 부화시켰는데 모두 직접 기르기에는 너무 많은 병아리들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서 중계 몇 마리를 살까 했는데 반가운 호의. 10마리를 주겠다길래 7마리 정도면 좋겠다 했는데 암수 구별을 할 수 없다며 9마리를 건네준다.  부화 후 3주 정도가 지난 병아리다. 암탉 5마리 정도면 알맞겠다 싶은데 몇 주 후 암수 구별이 되면 암탉 5마리만 기를 생각이다. 지금까지 7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 토종닭 1마리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 수탉 1마리를 제외하면 5마리가 알을 낳아주고 있다.문제는 지난봄에 구입한 청계 2마리 빼고는 노계화되어 이제 알을 잘 낳지 않는 데다가 한여름이고 보니 모두가 산란을 멈추고 있다는 것. 그래..

내 집 이야기 2024.08.14

식장산 일별

산행 목적이 아니었다. 대전에 있는 선대 묘소에 진즉부터 성묘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형제들과 함께 1년에 딱 한 번 나섰던 추석절의 연례행사였지만 지금은 오늘처럼 혼자가 되었다.수많은 세월이 흘러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곁에 함께였던 육신들은 이제 흙이 되어 떨어져 있게 되었고 그래서 찾는 이 없어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면서 불현듯 집을 나서게 만든다. 나이 탓이다.  지난 1월 하순 보문산에 올라 촬영했던 멀리 식장산의 원경. 돌아오는 길에 비교적 가까운 위치의 식장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난 겨울 같은 대전의 보문산에 올라 멀리 바라만 봤던 산.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산행에서는 더위라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저 물 한..

산행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