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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계 입사

옆집에서 청계 병아리를 좀 가져가 기르란다. 부화기를 구입해 부화시켰는데 모두 직접 기르기에는 너무 많은 병아리들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서 중계 몇 마리를 살까 했는데 반가운 호의. 10마리를 주겠다길래 7마리 정도면 좋겠다 했는데 암수 구별을 할 수 없다며 9마리를 건네준다.  부화 후 3주 정도가 지난 병아리다. 암탉 5마리 정도면 알맞겠다 싶은데 몇 주 후 암수 구별이 되면 암탉 5마리만 기를 생각이다. 지금까지 7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 토종닭 1마리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 수탉 1마리를 제외하면 5마리가 알을 낳아주고 있다.문제는 지난봄에 구입한 청계 2마리 빼고는 노계화되어 이제 알을 잘 낳지 않는 데다가 한여름이고 보니 모두가 산란을 멈추고 있다는 것. 그래..

내 집 이야기 2024.08.14

식장산 일별

산행 목적이 아니었다. 대전에 있는 선대 묘소에 진즉부터 성묘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형제들과 함께 1년에 딱 한 번 나섰던 추석절의 연례행사였지만 지금은 오늘처럼 혼자가 되었다.수많은 세월이 흘러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곁에 함께였던 육신들은 이제 흙이 되어 떨어져 있게 되었고 그래서 찾는 이 없어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면서 불현듯 집을 나서게 만든다. 나이 탓이다.  지난 1월 하순 보문산에 올라 촬영했던 멀리 식장산의 원경. 돌아오는 길에 비교적 가까운 위치의 식장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난 겨울 같은 대전의 보문산에 올라 멀리 바라만 봤던 산.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산행에서는 더위라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저 물 한..

산행 2024.08.01

풍선 덩굴

지난겨울 지인이 씨앗을 건네줬다. 덩굴처럼 올라간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을 뿐 까만 씨앗은 마치 서리태처럼 생겨서 덩굴 콩의 한 종자인 줄만 알았다. 덩굴로 뻗는 동부콩을 심어본 일이 있었는데 시원치 않아 무관심했다. 마땅히 심을 만한 터도 없었다.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날 생각해서 종자를 건네준 그 마음이 고마워 결국 올봄 대 여섯 알을 자투리 땅 적당한 곳에 대충 파종.  그랬더니 마치 여주의 새 순 같은 싹이 돋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싹이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 반갑고 고마워 잘 길러보고 싶은 마음에 좀 더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었다.전반적으로 매우 연약한 모습의 잎과 줄기였지만 나중에 어떤 모습이 돌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중 닭장 밖에 심은 것은 거름기가 있어서 인지 유독 성장..

2024.07.26

용화산에 오르면서

한동안 산행이 뜸했다. 텃밭과 화초, 나무 가꾸는 일에 시간과 손이 많이 갔다. 나름 짜인 바깥일에서 볕이 따가워지고 보니 잠시 쉬고 싶어졌다. 얼마 전 약간의 장마 피해가 있어 땀을 좀 쏟고 났더니 산에 가고 싶어졌다. 마음속으로는 사실 늘 산에 오르고 싶었지만.  내 집 동쪽 가까운 곳에 용화산이 있고 요즘의 아침 해는 늘 그곳에서 떠오른다.날마다 대하는 산인데 며칠 전부터 길게 뻗은 능선이 자주 시건을 멈추게 했다. 이번에는 저기 보이는 오른쪽 방향에서 시작하여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는 능선을 따라 한번 올라 봐야지... 했다.9시가 지났는데도 운무가 걷히지 않아 정상에서의 시야 확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서다.  마한박물관이 있는 곳에 입구가 있다. 예전에 그 앞 서동공원을 찾으면서 ..

산행 2024.07.14

자귀나무의 수난

장맛비에 자귀나무가 쓰러졌다. 비 잠시 그쳐 아침 일찍 마당을 거닐고 있는데 자귀나무 잎이 유난히 가까이 보였다. 밤새 접혀있던 잎이 아직 그대로여서 합환수(合歡樹)라는 그 의미를 떠올려 보며 반가워했다.  그런데 무심코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는데 이 자귀나무 가지가 앞을  턱 가로막고 있지 않는가.아이쿠! 가지가 부러져 내린 것이다. 가지 하나가 아니었다. 살펴보니 나무 전체가 쓰러졌다. 나무 본체의 중간 부분이 참혹하게 꺾여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그동안 빗물을 흠뻑 먹어 줄기와 잎이 무거워진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본체 중앙에 커다랗게 뚫렸던 새집 때문에 약해진 그 부분이 꺾여 나간 것이다.몇천 전 딱따구리가 찾아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둥지를 만들어 살다가 새끼를 길러 떠난 바 있는데 분명 ..

내 집 이야기 2024.07.09

해먹 설치

마당에 해먹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오래 하진 않았다. 집 앞마당에 그럴만한 나무도 없었고, 뒤 언덕 소나무 사이에 설치해 볼까 했었지만 약간 음습한 느낌이고 또 모기와 같은 벌레들 때문에 도무지 마땅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어느 민박집 마당에 있던 해먹에 누워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시골에 터 잡고 내려와 산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집마당의 나무들도 튼튼히 자라 주었으니 이제는 마당에 해먹을 매달아 보고 싶어진 것이다.(- 아니 그런데 벌써 '20여 년'이라고?)어쩔 것인가 세월은 그저 막힘없이 앞으로 앞으로만 가니.   검색해 보니 마음에 드는 게 나타났다. 모기장이 붙어있는 해먹이었다. 진보한 해먹이다. 값도 생각 밖에 쌌다. 택배..

내 집 이야기 2024.06.28

안개초?

화단에 분홍의 예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꽃이다.지난 3월에 파종을 해 놓고는 어떻게 생긴 꽃일까 무척 궁금해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단아하고 어여쁜 모습이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만.  꽃이름을 몰라 검색해 보니 이질풀 꽃이라는 확률이 94%라고 뜬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어 다른 형태로 찍어 보니 이번에는 쥐손이풀. 이것도 아닌데...산에 다니면서 이 두 꽃의 이름과 형태를 진즉 알고 있기에 그렇다.요즘 수입되어 오는 종(種)이 워낙 많은지라 아직 등록이 되어있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갖고 있는 식물대백과사전에는 아예 없으리라 여겨 들춰보지도 않았다.최근에 둘러본 대형의 화원에도 이 꽃은 없었다.줄기를 보니 진즉 낙화한 끈끈이대나물과 흡사한데 꽃은 이질풀 꽃과..

2024.06.20

새벽 山寺, 보리수 꽃이

간밤에 산사 밖 민박집에서 모임을 치르고 이른 새벽에 깨어나 산책에 나서다. 30여 분 걸어 오르는 동안 수많은 고목들과의 만남, 참 아름다운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  유서 깊은 산사를 찾아온 길손의 마음을 차분히 보듬어 준다. 연신 심호흡.공기조차 초록인 듯 싶다.   점차 열리는 하늘에 동양 최대라는 불상과 특유의 팔상전이 방문객을 압도했다.새벽에 찾은 속리산 법주사의 경내는 고요 그 자체.  사천왕문을 통과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절마당 쓰는 모습. 그것도 마음공부라던 과거 깊은 산사 흰 고무신의 노스님의 모습을 연상해 보았으나 여긴 평범한 관리인이 그 수고를 대신.  그래도 사그락 사그락 -   대나무 빗질이 마음의 먼지도 쓸어내는 듯. 낙엽 뒹구는 가을 아니라서 구태여 빗질..

여행 2024.06.19

덕적도 일별

덕적도에 갔다 오다. 인천 연안 부두에서 배로 1시간 50분. 원래 계획했던 곳은 덕적에서 1시간 여를 더 가야 하는 굴업도였으나 기상 여건 때문에 불발. 간밤에 내렸던 비가 그치고 쾌청한 날씨였으나 풍속이 제법 심했다. 1,800여 명이 사는 덕적까지는 대형 여객선이 다녀 문제가 없었으나 덕적도에서 좀 더 먼바다로 나가야 하는 굴업도에는 5 가구뿐인데 여기로  운항되던 소형 여객선이 결항된 것.  덕적에서 굴업까지 배편이 뜨지 못한다는 것을 선박회사로부터 아침 일찍 문자를 받고 '대략 난감'이었으나 이왕 준비한 섬 여행이었으니 덕적도로 만족하자고 의견을 모으다. 덕적도를 돌아보려면 차량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 강화에서 온 친구의 차를 부랴부랴 카페리에 선적. 예정대로 라면  8:30 출발 쾌속..

여행 2024.05.30

"일을 만들어요 -" 마늘종 수확

괜히 일거리를 만들어 낸 것 같아 스스로 내뱉는 소리다. 작년까지는 마늘종을 가위로 잘라 내버렸는데 올해는 재배 면적을 조금 늘었는 데다 작황이 좋아 형편이 달라졌다. 그렇지 않으면 좀 편히 쉴 텐데 또 일 만들어서 고생이라는.그냥 버리는 게 아까워 할 수 없이 모두 뽑아 반찬 하기로.  고추 따듯 그냥 툭툭 따면 되겠지만 문제는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살살 잘 잡아당겨야 줄기 속의 연한 부분까지 잘 뽑힌다. 작업하면서 왜 군대 생각이 나는지. 총기를 만질 때면 교관은 언제나 무엇 만지듯 아주 조심 조심 다루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했나? 교관과 눈 마주치면 아주 살살하면서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였다. 그러나 이 마늘종은 총기도 아니고 여기가 군대도 아니지 않은가  대충..

텃밭 농사 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