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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 마을에서 장군봉까지

산에 가야 되는데... 이번에는 내가 기대어 사는 미륵산을 다른 코스로 올라 보기로. 내가 사는 곳의 반대편인 익산 낭산면 장암마을에서 정상까지의 산행 코스는 지금껏 한 번도  찾아본 일이 없었다.  내 집에서는 식사 시간 때마다 식탁에서 미륵산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나 할까.  미륵산은 내 집 뒷산 개념이어서 아무 때고 쉽게 오를 수 있었고 집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40분 정도의 시간이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출발.  저 위로 멀리 방송사와 통신사의 송신탑이 보인다. 생각보다 능선이 완만하고 길어서 여기에서는 1시간 이상은 족히 걸어야 될 것 같았다. 간밤의 비로 가까이에서는 매우 청명하고 신선해 보이는 날씨였지만 황사 때문에 외출하기에 그리 좋..

산행 2024.05.12

창포와 붓꽃의 계절

블로그의 인연으로 오래전 분양받은 노랑꽃창포를 연못에 심었더니 많이도 번졌다. 그걸 나눠 꽃밭에 옮겨 심었더니 역시 많이 번졌고 또다시 옮겨심기를 거듭하다 보니 내 집 곳곳에 지금 샛노란 창포꽃이 피어 있다. 수중이나 습지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더니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도 참 잘 자라는 식물이었다.   보라색의 붓꽃 또한 얻어 와서 심은 것인데 역시나 잘 자라서 많이 번졌다. 그래서 그야말로 창포와 붓꽃의 잔치가 한창이다.   막 피어나는 봉오리를 보면 정말 물감을 묻혀 글씨를 쓰고 싶을 정도로 붓과 꼭 닮았다.화투의 '5월 난초'는 일본의 어느 사찰 마당에서 자라는 것을 그려 놓은 것이라 하는데 어릴 때 내 집 마당에 있었던 이 꽃을 그땐 그냥 난초라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창포 아니면 붓꽃이라 이름..

내 집 이야기 2024.05.11

청계를 기르다.

오골계 2마리를 처분한 뒤 닭장 안이 아무래도 좀 휑해졌다. 빈자리가 보였다. 남아있는 백봉오골계 3마리와 토종닭 2마리가 나보다 더 쓸쓸해하는 것 같았다.청계를 길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군산 대야장에 가서 10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2마리를 구입해 오다. 중 병아리 정도면 좋겠다 싶었는데 농장 직영점인데도 없단다. 지금 알을 낳고 있다는데 마리당 2만 5천 원. 사실은 비슷할 텐데도 청계란의 경우는 효능이 더 있다고 알려진 탓인지 값이 더 했다.  청계를 처음 본다. 남아메리카의 닭과 우리 오골계의 교배종이라는데 파란색 알을 낳기 때문에 청계(靑鷄)라 한단다. 닭장에 넣었더니 예상대로 서로 경계를 한다. 기운이 냉랭하다.함께 잘 지내라고 기존의 닭 무리 속한 곳으로 몰아넣었더니 곧바로 빠져나온다. ..

내 집 이야기 2024.05.10

새끼 딱새

닭장 앞 복숭아나무 가지에서 새 한 마리와 마주치다. 그런데 녀석이 날아가지 않고 계속 나를 주시하는 게 아닌가. 좀 더 가까이 다가섰는데도 피하질 않는다. - 아니 이럴 수가. 처음 보는 새다.  아주 부드러운 털과 연약한 다리를 한 모습이었지만 내 카메라의 단순한 줌 기능으로는 식별을 할 수 없어 아쉽다. 가슴 쪽에 검은 줄무늬들이 많이 보여 호랑지빠귀 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보다는 몸집이 많이 작다. 부동자세를 취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머리 양쪽에 솜털이 붙어 있다.-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그래서 날지 못하고 나를 경계하며 주시하고 있구나.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위협을 느낀 듯 가지와 가지 사이를 재빨리 옮겨 다닌다. 그러면서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바삐 움직이며 꼬리를 위아래로 계속 흔들어..

내 집 이야기 2024.05.09

신록예찬과 노성산

온 산이 싱그러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 산에 올라야지 - " 했으면서도 어느새 4월 끝자락이 되었다. 비록 텃밭 농사라 할지라도 일손이 바쁘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었던 산행,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논산 노성산을 찾아가기로.  집을 나선 후 40여 분이 지나자 차도 위 저 잎으로 노성산이 보인다. 처음 찾아가는 곳이지만 쉽게 감이 잡힌다. 오른쪽 옆으로는 계룡산 줄기가 길게 뻗어있다. 좌측의 계룡산 연화봉(739m)은 진즉 올랐으나 정상인 천황봉(846m)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신록' 그 이름 때문에 몸이 뒤숭숭하여 산행에 나섰지만 가는 곳이 깊은 산이 아니어서 사실 별 기대감이 없다. 그저 산에 가고 싶어 산에 간다는.  해마다 봄이 되면 산마다의 싱그러움에 반해 교과서에서 배웠던 그 "..

산행 2024.04.28

엄나무야 고맙고 미안하다

나물의 왕을 흔히 두릅이라고 하는데 나는 단연 엄나무 순이다. 엄나무 순의 영양 성분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 그리고 입안에 도는 청량감이 이만한 봄나물이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은 이것 하나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운다.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는 것이 일품. 집에 이 두릅나무, 엄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적지 않은 양을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두릅은 마치 막대기 꽂아놓은 것 같은 외 줄기에서 그저 한 두 개 정도 따는 정도지만 가지를 사방으로 뻗으며 자란 엄나무에서는 한 나무에서만 적잖은 양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다 자라는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시차를 두고 채취하며 보다 싱그러운 것으로 그 풍미를 즐길 수 있음이 좋다. 그런..

내 집 이야기 2024.04.14

새 호미를 사다

∽내게 호미의 주된 용도는 잔디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고 시기에 따라 감자나 옥수 등의 파종 그리고 모종의 이식이다. 그런 일들로 어느새 십 수년이 흘렀고 보니 호미 끝이 참 많이도 닳았다. 쇠붙이 끝이 둥그렇게 무디어진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많이도 땅을 팠다는 생각. 어떤 때는 손목이 아플 정도로. 쇠만 닳은 게 아니다. 나무 손잡이가 갈라져 호미 꼬챙이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철사로 동여 매고 갈라진 틈새에 나무 쐐기도 박아 넣거나 본드 칠도 해가면서 사용해야 했다. 새로 하나 살까 하면서도 아직도 쓸만하다 싶어 미뤄 가면서. 무엇보다도 내 손에 익숙해져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한계에 이른 것 같다. 몸체와 손잡이가 헐거워져서 자주 따로 놀기 시작한다. 더 이상의 손질은 궁색하다 싶어 다시 하나..

내 집 이야기 2024.04.04

얼레지 꽃보러 불명산으로

산에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행선지 때문에 꾸물거린다. 내 집에서 가까운 '적당한' 산을 찾자니 차별화 때문에 수월하지가 않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불명산이 떠올랐다. 완주 경천면 화암사를 여러 번 찾아갔으면서도 그 사찰을 감싸고 있는 산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 떼 화암사에 갔을 때도 그랬다. - 그래, 지금 가면 얼레지를 볼 수 있을 거야. 얼레지 보로가자. 복수초는 다 졌나?... 1년 만에 다시 찾은 화암사 초입에서 곧바로 얼레지를 대할 수 있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아직 낙엽들이 많이 쌓여있는 길 양 옆으로 어떤 식물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고 있다.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화사하다. 얼룩이 있는 잎도 예사롭지 않지만 보라색 꽃은 매우 세련되고 미끈하며..

산행 2024.03.25

삼지닥나무 꽃의 재발견

꽃에 눈길이 자주 간다. 예쁜 자태라서 그렇다. 수년 전 전통문화 관련 일을 할 때 근무지 정원에 이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꽃이 참 매력적이었다. 퇴직 후 자주 생각 나 한 농원에서 어렵게 구해 심었는데 추위에 약한 탓에 구입 당시 가지 몇 개가 동사한 상태였지만 어떻든 이후 잘 자라주었고, 하여 올해는 유난히 꽃송이가 많이 달렸다. 반갑다. 멀리에서 보면 작은 솜 뭉텅이 같은 게 가지 끝에 달려있는 것 같아 존재감이 없지만 가까이 대하면 여간 예쁜 게 아니다. 더구나 그 향기가 아주 그윽하다. 그래, 꽃이란 게 다 그렇지. 가까이 아주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 송이에 긴 자루 모양의 아주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모아 피는지라 쳐다보는 묘미도 특별하다. 표면에는 흰색..

2024.03.17

무등, 그 무연함 앞에서

무등(無等)은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산 자체가 후덕스럽게 보여 그런 이름이 붙을 만하다는 웅대한 산 무등산. 오랜 직장 생활에서 저 말단부터 시작해 정상부까지 오르며 유등(有等)의 존재감을 은근히 과시하며 내 자신 건방을 떨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무등'의 의미가 새삼 와닿는다. 이제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높고 낮음이란 게 그저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질 뿐. 오랜 세월 동안 늘 마음에 담기만 하고 살았던 무등의 산, 그 산을 어제 다시 찾게 되다. 오전 8시 30분 무렵이다. 차가 북광주를 지날 때 저 멀리 구름이 걸쳐있는 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 - 무등산이다. 여느 산과 전혀 다른 자태의 서기 어린 모습에 감탄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 역시 무등산은 ..

산행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