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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수난(?)

기르던 토종닭 한 마리가 이번에 또 매에게 당했다. 좁은 닭장 안에만 가둬 기르는 게 안쓰러워 조그만 방사장을 만들고 닭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통행문을 만들어 반쯤 열어둔 게 화근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아무렇지 않았었다. 장시간 외출하는 경우가 잦았는데도 탈이 없어 매에 대한 염려를 놓아버렸었다. 평소 지켜보면 닭은 닭대로 하늘에서의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싶으면 쏜살같이 닭장 안으로 달려가 피하곤 했다. 지난해 당한 바 있는 백봉오골계로 인해 학습이 되어있겠거니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또다시 매의 급습을 받은 것이다. 사고를 당한 토종닭(위쪽 검은 꼬리). 녀석들은 1주일 간격으로 내 집으로 와 다정한 친구로 지냈는데 그만 매에게 불행을 당했다. 어제 오후..

내 집 이야기 2024.01.25

한 겨울의 끈끈이대나물

생명의 외경이다. 이 추운 겨울에도 푸룻 한 새싹이 돋아 나다니. 시골 산자락에 내려와 살기 전까지는 한 겨울 땅바닥에 어떠한 풀도 살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차가운 날씨에도 죽지 않고 용케도 살아나는 풀들이 있었다. 한겨울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초록의 모습을 보노라면 참 대단한 "잡초"라는 생각. 그러다 하나씩 하나씩 점차 그 풀이름과 특성을 알아가면서 월년초(越年草)로서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1월 중순, 지금 마당에는 점나도나물이 사방에서 경쟁적으로 돋아나고 있다. 황새냉이나 수영 같은 풀들도 많지만 이 점나도나물은 숫자면에서 압도적이다. 번식력이 워낙 좋은 터라 아예 씨를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제거하겠노라고 지난봄에 애를 썼지만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

내 집 이야기 2024.01.23

위봉산성따라 되실봉까지

괜스레 마음만 바빠 얼마간 산행이 뜸했다. 간밤에 눈이 내린 바람에 아침 일찍 나서려 했던 1시간 남짓 거리의 완주 위봉산 산행에 제동이 걸렸다. 해가 올랐으니 눈이 좀 녹으면 나서는 게 좋겠다 싶어 10시 반쯤이 되어서야 집을 나서다. 살짝 내린 눈이었지만 산간지대 그늘진 도로는 군데군데 빙판 길이어서 조심 또 조심. 대아호의 드넓은 호수를 돌아 위봉사로 향하는데 휴일인데도 날씨 때문인지 통행 차량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위봉사에 도착해 뒤쪽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왔던 위봉산(威鳳山, 위봉사 입구 안내표지판에는 추줄산이라 표기)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웬걸 길이 없다. 조금 배회하다가 인근 주민 한 사람에게 물으니 지금은 등산로가 없어졌다는 것. 저 아래쪽 위봉산성 쪽으로 가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과거 지나..

산행 2024.01.08

땔감 작업

비닐하우스 농사라도 조금 지으면 농한기일 수 없겠지만 텃밭 수준의 나에게는 요즘 바깥일이 거의 없어 한가롭다. 고작 땔감 마련하는 일 정도. 오후에 뒷산으로 산책 나가면 돌아오면서 부러진 가지 한 두 개씩 주워 온다. 딱따구리가 껍질을 벗겨 놓아 목피가 군데군데 하얗게 드러나 있어 고사목을 쉽게 가려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따로 날을 잡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햇빛이 부족하거나 병충해이거나 아니면 토양이 오염되어 있거나 아무튼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든 해마다 고사목이 생겨나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는 도무지 운반할 방법이 없어 그냥 방치할 수밖에.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곳의 고사목만을 적당한 크기로 절단해서 어깨에 메고 가져 온다. 쉬운 게 아니지만 운동이라 생각될 정도의 작업량만...

내 집 이야기 2023.12.30

다시 친구들과 만나서

"야! - 자고 나니깐 네가 안 보여!" 강화에 정착한 친구 녀석이 아침에 전화해 왔다. 여행 끝이 허전하다는 얘기다. 사실 그 허전함은 내가 더하지 않나 싶다. 어제 오후 역 대합실에서 헤어지며 뒤돌아 집에 왔을 때 날 받아주는 것은 산자락 밑에 덩그렇게 자리한 집 밖에 없었으니. 시골에 살면서 가장 허전할 때가 같이 가까웠던 사람이 떠나고 없을 때, 그리고 비 오는 날 같은 경우인데 두 경우가 합해진 오늘이 딱 그렇다. 최근 한 달 동안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서울 친구와 함께 셋이서 다시 만나 고창 일대로 2박 3일의 여정을 즐기다. 이번 일정은 겨울이고 하니 온천과 미식으로 나름 정했었다. 호사가의 거들먹거림 같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우리 셋 모두가 진즉 고희를 넘겼고, 한..

여행 2023.12.14

이타적으로 산다는 것

친지의 혼사에 가느라 예전 서울에서 다니던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하게 되다. 아침 미사 시간에 맞춰 성당 입구에 들어서는데 그 앞에서 봉사하는 한 자매님이 "오랜만에 오셨네요" 하며 인사를 건넨다. 얼떨결에 "아, 네 - "하다. 바로 돌아서서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주보를 챙기며 잠시 생각해 봤지만 나를 알아보는 이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갔다. 오랜만에 왔다했으니 분명 나를 알고 있을텐데. 발걸음을 돌려 그 자매분 앞에 몇 발자국 다가서서 "그런데 저를 아세요?"하고 물었다. "그럼요. 제 이웃에 사시는데, 저어기 ..." "아, 그런가요?. 오랜만에 왔어요. 제가 지금 시골에 있어서요." "네, 알고 있어요." 지금 시골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그냥..

기타 2023.12.05

송풍기 샀대요

택배 차량이 배송 때문에 내 집에 오면 대부분 집 마당까지 들어온다. 그런데 혹시 모르니 지금 대문 앞에 나가 보라는 아내의 말. 아들이 송풍기를 주문했다는 것. 김장 때문에 도와준다고 제 엄마랑 찾아온 아들 녀석이 내가 낙엽 쓰는 것을 보고는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왠 또 쓸데없는 것을 샀다는 거야. 마당 쓸 일이 얼마나 된다고- " "그러게요" 아내는 아들 녀석의 속 깊은 마음을 대견해하는 눈치다. 녀석이 빗자루를 들고 한 번 쓸어 보니 잔디 같은 풀 때문에 그러는지 잘 인쓸어지더란다. 아버지의 노동력을 덜어주려는 고마운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송풍기까지 써야 하는가 싶었다. 박스 포장으로 도착한 송풍기를 무심한 듯 그냥 쳐다만 봤더니 녀석이 제 엄마 일 도와주는 것을 마치고 직접 ..

내 집 이야기 2023.12.05

마늘밭 월동 관리

며칠 전 최저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면서 성큼 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 호박과 생강잎이 일시에 고스러졌고 칸나와 백일홍 꽃도 일시에 그리 되어 더욱 체감하게 된다. 지금 텃밭에는 배추와 무, 쪽파, 갓 등의 김장 채소들은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다. 이들은 곧 수확하게 되겠지만 심겨 있는 그대로 겨울을 나야 할 마늘은 보온을 위해 신경을 써야 했다. 보온 관리라고 하는 게 나에겐 특별한 것이 아닌 낙엽으로 덮어 주는 것으로 끝내는 거다. 해마다 그리 해 왔지만 경험해 보니 낙엽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았다. 낙엽을 이용하게 되면 많은 양의 낙엽의 처리 문제가 해결되면서 동시에 마늘밭 보온에도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일양득인 셈이었다. 보온뿐만 아니라 낙엽을 덮어 두면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하는 제..

텃밭 농사 2023.11.15

내변산을 찾았더니

늦었다 싶으면서도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기대뿐이었다. 내변산이 단풍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산세가 제법 깊어 부분적이라도 오색의 물결을 볼 수 있기를 바랐었다. 바다도 볼 겸. 부안 내변산(內邊山) 쪽은 참 오랜만이다. 채석강이 있는 외변산과 새만금 쪽 바다는 가끔 씩 갈 기회가 있었지만 산 쪽은 한두 번 정도. 하서면에서 내변산 주차장으로 가는 일부의 길은 양 옆으로 벚나무가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면 만개한 화사한 벚꽃들로 기분 좋은 꽃길이리라. 봄이면 온통 나무 전체로 꽃차림을 해서 인지 벚나무는 잎을 다른 나무들보다 유독 일찍 떨어트린다. 그래서 벚나무는 봄을 위한 나무다. 입동이 하루 지난 오늘 나는 지금 나목이 된 좀 을씨년스러운 ..

산행 2023.11.11

오금산 산책

집 앞으로 낮게 뻗어있는 작은 야산이 오금산이다. 날마다 대면하며 살면서도 두어 번 올라가 봤을 뿐 그저 늘 바라만 보는 산이다.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하염없이 지고 있어 갑자기 앞 산에 가고 싶어졌다. 아직 한 번도 걸어 본 일이 없는 그곳 능선길을 걸어보리라 생각하면서. 오후 서너 시부터의 비 예보가 있어 점심 후 곧바로 찾다. 높이가 125m에 불과하니 그냥 산책하고 오겠다는 가벼운 마음. 오금산(五金山)은 백제 서동 설화와 얽혀있다. 여기에서 다섯 덩이의 금을 캐서 오금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여기에서 캐낸 금들을 신라 진평왕에게 보내 선화공주를 얻게 되었고 그 자신은 30대 백제 무왕이 된. 이 산이 전략적으로 중요했던 모양이다. 토성이 구축되어 있어서 "익산토성"이라 불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발굴결..

산행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