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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각나무 꽃 피다

참 오랫동안 기다렸던 꽃이다. 묘목을 구입한 지 10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기록이 빠져있다. 시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에서 샀다. 오래전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서며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오른쪽 편으로 조성된 정원에 이 나무의 꽃이 피어 있었다. 함박꽃 보다 작은 순백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 나무를 내 집 마당에 심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그날 나무시장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묘목을 심은 후 2,3년 후면 피겠지 했는데 척박한 땅 때문인지 성장이 매우 더뎠다. 2년 전에는 전정을 도와주던 친구가 그냥 원줄기를 싹둑 잘라버리는 바람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 많은 세월을 견뎌내며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다. 멀리에서 보면 언뜻 하얀 동백처럼 보이지만 꽃잎이 ..

내 집 이야기 2023.06.19

살구 수확

수확이라고 까지 표현할 게 못되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양을 거둬들인 기쁨이 있다. 살구나무를 심은 것은 내 집 역사와 함께 한다. 거의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으면 어느 정도 거목으로 성장해 있을 법도 한데 마사토 밑이 암반 수준이고 보니 결실을 맺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과수다. 아주 오래전 전남 보성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본일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개 줍다가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커다란 나무의 가지마다 노란 살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 않은가. 절로 나오는 탄성. 낯선 곳에서 몇 개 맛있게 먹던 그 추억 때문에 심어진 나무다. 딱 한 그루 있는 나무의 개복숭아를 따면서 그 옆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주워 담다. 거름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해마다 스무 개 ..

내 집 이야기 2023.06.17

닭 방사

지난겨울 백봉오골계가 매의 급습에 무참히 당하고 난 뒤 거듭 피해를 볼 수 없어 온통 그물막을 씌워 닭장을 좀 더 확장하는 것으로 방사장을 대신했다.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 그런데 봄이 되면서 그물 밖으로 새파랗게 풀이 자라는 것을 쳐다보는 녀석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물 밖 세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신세가 가여워 다시 방사의 기회를 줘야 되지 않나 싶었다. 그물로 울타리를 두르는 것은 가능한데 하늘 쪽까지 덮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 작업 자체가 힘든데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망설이기만 하다가. 그동안 소리쟁이나 개망초, 별꽃나물, 왕고들빼기 그리고 집에서 기르던 얼갈이 배추까지 수시로 뜯어 먹이로 주었으나 직접 풀밭에서 자유스럽게 먹이 활동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

내 집 이야기 202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