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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첩빈도리

무슨 이름이 이런가 싶다. 꽃이름이다. 꽃모양의 예쁜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종 모양의 개별 꽃은 아주 작지만 엷은 자주색을 포함하고 있어 귀엽다. 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꽃 형태를 이루며 아래를 향해 핀다. 전문 용어로 총상(總狀) 꽃차례라 이름하는데 이 용어 역시 어색하고 어렵다. 오래전부터 가꾸어 온 말발도리와 이웃사촌인 듯 나무와 꽃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꽃의 색이 다를 뿐. 내 집 울타리에서 자라고 있는 이 꽃에도 이야기가 있다. 지난 글에서 놓치는 바람에 선물해 준 이가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일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느 여름 날 내 집을 찾은 후배와. 정원용 수도에서 캠핑생활에서 사용할 용수를 차에 공급하고 있다. 직장 후배인 H는 퇴직 후 캠핑카를 한 대..

내 집 이야기 2023.05.23

꽃이 전하는 이야기

계절의 흐름을 따라 꽃을 볼 수 있도록 나름 종류별로 선택해 화초를 심어왔다. 5월 중순, 지금 이 시기의 내 집 마당에 안젤라장미와 노랑꽃창포가 절정이다. 그냥 장미와 난초라 하지 않고 굳이 구체적으로 꽃이름을 표기하는 까닭은 꽃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최근에 나온 한 책을 보니 꽃이 가진 언어, 말하자면 꽃말을 이용한 꽃과 꽃의 배열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하던 관습이 빅토리아 여왕 시대 등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꽃말과 관계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에는 그 시절처럼 꽃말 속의 어떤 의미를 생각하면서 꽃을 대하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어떤 인연 속에서 꽃들이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많은 사례들이 있을 것 같다. 두 꽃 모두 나와 함께 15년 정..

내 집 이야기 2023.05.21

아버지의 꽃

5월 중순에 접어들며 붓꽃이 피기 시작한다. 붓꽃이란 이름이 좋다. 붓끝에 물감을 묻힌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져서 그 앞에서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다. 사람들은 요즘 그 좋은 이름을 놔두고 아이리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래전에 인기를 모았던 그 이름 '아이리스'라는 드라마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꽃밭에 심은 이 붓꽃은 "아버지의 꽃"이다. 5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긴 과거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집 꽃밭에 키웠던 이 붓꽃 몇 포기를 떼어 내어 할아버지의 산소에 옮겨 심었다. 아버지는 당신의 아버지가 먼 산에 잠들어 있는 것을 마음 아파하셨을 것이다. 해마다 추석 명절이면 아버지를 따라 대전 외곽의 어느 양지바른 산자락을 찾아 그곳에 모셔져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했고 그럴 ..

내 집 이야기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