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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이야기

무화과가 겨울 추위에 약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심은 지 오래되었지만 잘 자라다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만날 때면 뿌리만 남기고 동사해 버리기를 몇 번. 2년 전에 다시 모두 동사한 후 지난해 새 가지를 몇 개 새로 뻗더니만 한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올해 잘 성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가지는 2년생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는 15년생쯤 되는 셈이다. 올봄에 열매가 여나무 개 열리더니만 영양 부족 현상이듯 몇 개가 사라져 버려 그저 그러려니 했었는데 여름이 되면서 제법 많은 열매가 다시 열렸다. 그런데 무화과는 어느 순간 갑자기 몸집을 키워 푸르던 열매가 노르스름하게 변하면서 먹음직스럽게 그 모습이 변하게 된다. 무화과 아래쪽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속살을 드러내면 다 익었으니 따 먹어도 된다는 신호..

내 집 이야기 2020.07.20

산으로 간 능소화

담장 밖으로 초록의 줄기가 뻗어 내리고 그 초록 바탕에 선명한 주황색으로 핀 꽃이 참 보기 좋았다. 대개는 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랐는데 시골의 돌담 밖으로 가지를 늘어트려 핀 능소화는 정말 예뻤다. 그게 좋아 이미 십 수년 전에 묘목을 구입해 심었지만 워낙 좋지않은 토양 탓인지 몇 년이 지나도 성장을 멈춘 듯 꽃이 피지 않았다. 옆으로 번식은 잘하는 것 같았지만 묘목의 크기는 늘 고만고만하였다. 그런데 능소화 묘목을 키우는데는 나무와 같은 높은 지주가 필요함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다. 주 묘목에 긴 지줏대를 세워 준 후에야 꽃을 피웠지만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기가 힘들어서 인지 꽃은 많이 피지 않았다. 그래도 스스로 번식을 잘하는지라 새롭게 뿌리를 내린 묘목 한 삽을 떠서 언덕 위 밤나무 아래에도 심..

2020.07.19

생명의 경이로움 2

오래 전 산행 중에 노오란 망태버섯을 만나 기뻐한 적이 있는데 엊그제 나를 위해 멀리서 찾아 온 친구와 근처 대밭을 산책하다가 다시 만나다. "와, 이것 봐라"하는 친구의 기뻐하는 외침을 듣다. 가리키는 곳을 살펴 보니 망태버섯이다. 참 아름답고 진귀한 모습인데 이번에는 하얀색의 망태 차림이다. "우와 - " 흰망태버섯은 처음이었다. 이런 버섯들은 대개 하루가 생명일 것이다. 그런데도 온몸으로 이름다움을 선사하는 그 희생이 한없이 경이롭다. 더구나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그늘에 살면서 말이다. 굳이 벌과 나비 없이도 포자로 번식이 가능하니 번식을 위해 유혹하거나 누구에겐가 보여주려고 이렇듯 화려하게 치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은퇴 후 강화의 한 산자락에 터를 잡아 자연과 벗하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내 집 이야기 2020.07.07

생명의 경이로움

마당을 오가다가 짙은 주황색의 예쁜 생명체를 보게 되다. 창고 앞의 그늘진 땅 이끼에 드러 나 있어 혹 이끼에 피는 꽃인가 싶었다. 참 신기(신비)하다 싶으면서도 이제 노안이 된 내 눈으로는그 작은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접사렌즈를 들이대다. 그런데 놀랍게도 버섯이 아닌가. 십 여년 넘게 이곳 시골 집에 살았지만 이렇듯 극히 작은 버섯은 처음 대하다. 엊그제 비가 왔었는데 비 온 후의 습한 기운 때문에 그늘 쪽에서 피어 난 모양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명체지만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 먼저다. 포자는 어디에서 날아 왔을까. 며칠동안 좀 더 오래 지켜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늘 하루면 수명이 다할 것이다. 햇빛도 없는 그늘, 아무도 봐 주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내 보였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존재. 그..

내 집 이야기 20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