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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뽑아낼 수 없는 풀

농사짓는 이나 전원주택에 사는 이나 제초작업 때문에 올해도 수고가 많았으리라. 내 경우도 마찬가지. 잔디밭도 그렇지만 텃밭이나 꽃밭에 자라는 풀들을 수시로 제거해야 번거로움이 계속되었다. 바랭이, 방동사니, 세포아, 점나도나물, 질경이, 민들레, 여뀌, 소리쟁이, 환삼덩굴, 도깨비바늘, 돼지풀, 자리공...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까마중이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다른 풀들과 달리 좀 예외성을 가진다. 집 마당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 번식력 좋은 풀이지만 뒤란 언덕에 심어놓은 메리골드 틈바구나에서도 자라고 있다. 어린잎이나 줄기 등의 풀 형태를 보고 진즉 까마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하며 그냥 내버려 두었다. 순전히 어릴 때의 추억 그 때문이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 중의 한 곳은 ..

내 집 이야기 2023.11.04

바랑산

단풍철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마음으로는 주왕산이나 가야산을 찾고 싶었으나 여건이 안돼 지도를 살펴보다가 비교적 가까운 논산의 바랑산을 택하다. 바랑산? 이름이 예쁘다. 일단 찾는 이가 적어 차분하게 산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가자 바랑산으로. 등산코스라를 미리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살펴봤지만 마땅한 정보가 없다. 딱 하나의 산행기가 있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다. 결국 논산 양촌면 오산리가 시작점이란 것만 기억하고 "바랑"보다 작은 어깨걸이 가방을 하나 챙겨 집을 나섰다. 오산 2리 마을회관과 그 앞 공터 따라서 이번의 내 글은 혹 다음 사람을 위해 정보 위주로 작성하기로. "양촌면 오산 2리 마을회관"을 입력하면 쉬울 것이다. 건물 앞에 주차 공간이 있고, 아니면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해도 좋을 것..

산행 2023.10.31

토란 캐기

토란 잎과 연잎은 어린 닐의 추억을 불러온다. 넓은 잎에 물을 부으면 또르르- 굴러 예쁜 물방울이 되어 가운데로 모였다. 잎 양 끝을 두 손으로 잡아 이리 굴려보고 저리 굴려보고... 그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그냥 줄기를 꺾어서 우산처럼 쓰고 다니기도 하면서. 그 어린 날의 추억엔 토란이 습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질토인 내 땅에서 재배할 생각은 아예 하질 않았었고. 그러던 어느 날 아랫집에서 토란을 좀 심어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내 집에는 습지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랬더니 아니란다. 그런 인연으로 내 집 텃밭식구가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해째 심고 가꿨다. 다행히 내 텃밭에서 잘 자라 주었고. 이제 수확기, 밑거름을 했더니 그 수고만큼 줄기와 잎이 커져 구근이 좀 ..

텃밭 농사 2023.10.19

함라산 줄기 따라

8시가 지나 마악 나서려는데 비가 오신다. 어제 오후에 확인해 보니 오늘 오후 2시 무렵부터 비 예보가 있어 그렇다면 오전 중 가까운 함라산에 다녀올 셈이었다. 그런데 시간 예보가 어긋난다. 결국 하루 뒤로 미루겠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잠시 후 구름이 걷혔다. 그래 바로 밖으로 나서야지. 멀리 함라산 줄기가 보인다. 평야 지대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차령산맥에서 뻗어 나온 외줄기 같아서 볼 때마다 스산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산의 입장이 되어보니 평평한 땅에서 삭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산이 아닌지. 학창 시절 인접한 함열역에서 내려 걸어서 재를 넘어 숭림사라는 절에도 갔었고 또 언젠가는 맘먹고 산 정상에 오른 바도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는 도무..

산행 2023.10.14

새우먹으러 와라

왕새우가 제철이니 새우 먹으러 오라 한다. 친구의 말은 만나야 될 때 됐으니 한 번 다녀가라는 말이다. 강화에 사는 친구는 작년 이 맘때에도 새우 먹으러 오라고 불렀으나 또 다른 친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무산 됐었다. 그러나 올해도 여건이 맞지 않아 일정을 조율하다가는 결국 공휴일인 한글날을 택해 강화로 가다. 우리 이름 "곶"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니 한글날의 의미를 좀 살리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고 휴일의 강화도 교통체증을 생각하니 그거 안 먹어도 되겠다 싶은데 강화 친구집 찾아간 게 10년 세월이 훌쩍 지났으니 참아 내야. 새우집 앞에서 바라본 바다 풍광. 노을이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는 장곶의 한 음식점, 문 앞에서 순서 기다리는 사람이 꽤 있다. 난 그런 거 딱 질색인데 친..

기타 2023.10.11

부레옥잠 만개

날이 쌀쌀해졌는데도 부레옥잠 꽃이 만개했다. 좁은 연못 안이 그 때문에 환하다. 참 오래도 전에 꽃가게에서 1개 천 원 주고 구입한 것 같은데 어느새 많이도 퍼져 해마다 많은 꽃송이들을 피워 내며 주인에게 기쁨을 준다. 부레옥잠은 열대 식물이라서 겨울이면 얼어 죽는다. 때문에 3개 정도만 건져 내서 실내에 보관해 뒀다가 이듬해 봄 다시 연못에 넣어주면 한여름 동안 엄청난 개체 수로 번식을 한다. 지금 이 많은 것들도 지난여름동안 번식한 것들이다. TV로 동남아 지역의 호수나 강을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수면을 완전히 덮어버린 이 부레옥잠을 보면서 참 대단한 번식력을 가진 식물이구나 했었는데 그걸 내가 집에서 경험하고 있다. 수생식물의 번식력이 뭍의 종류들보다 강한 것은 아마도 성장에 꼭 필요한 수분..

내 집 이야기 2023.10.10

봉실산과 마실길

내 집 옆으로의 용화산 여명. 오전 6시. 오늘 아침 여명이 참 좋다. 이런 모습 볼 때마다 시골 생활의 기쁨을 새삼 맛본다. 오늘 가까운 곳으로 산행하려니 했는데 그 마음을 더욱 부추기는 듯. 집 뒤편으로는 내가 기대어 살고 있는 미륵산, 옆으로 용화산, 그리고 앞 쪽으로는 야트막한 오금산. -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산이다. 오늘은 조금 더 옆의 봉실산 산행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완주군 비봉면에 속하는 산이다. 봉실산(鳳實山, 374m) 줄기에는 옥녀봉이라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산봉우리 꼭대기에 다른 산들의 능선 윤곽과는 다르게 제법 큰 나무가 서 있어서 지나치며 볼 때마다 궁금했던 바, 나무 형태를 보면 소나무는 아닌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올라가 봤더니 상수리나무 3그루가 형제처럼 자..

산행 2023.09.28

파대가리 유감

이 녀석을 볼 때마다 많이 밉고 짜증 난다. '파대가리'라는 이름도 누군가가 그런 비슷한 기분 때문에 그렇게 개무시(?)하는 마음으로 이름 붙이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렇지 '대가리'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내 집 잔디밭에 왕성하게 퍼져있는 풀이 이 파대가리라는 풀이다. 게으른 데다 방심하는 사이에 너무 많이 퍼져 일일이 뽑을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나름 친환경을 생각한다는 주제에 농약을 확 뿌려댈 수도 없으니 참 진퇴양난이다. 오래전 한 농사꾼이 쓴 '잡초란 없다'라는 책이 화제가 됐었지만 따지고 보면 잡초라고 표현하는 풀 하나하나가 약초라는 것이어서 하찮게 여기지 말아라는 의미일 텐데 현실이 어디 그런가. 찾아보니 파대가리 이 녀석도 감기나 두통 등에 좋다는 약초란다. 그러나 혹 내가 감기..

내 집 이야기 2023.09.21

예초기 재 구입

벌써 밤이 익어 벌레 먹은 밤송이들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집 언덕 위에 밤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던 터라 수확량이 제법 많은 편인데 줍거나 털려면 나무 밑으로 들어 갈 수밖에. 그런데 그 밑으로 잡초들이 무성해 볼썽사납다. 한낮으로는 아직 햇살이 따갑지만 오늘은 제초작업 하기로. 여름 한동안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 처음에는 예초기라는 용어가 참 생소했고 예초기의 '예'자가 벨 예(刈) 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제는 시골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예초기다. 처음엔 4 행정 엔진 예초기를 구입했는데 강력한 모터 소음과 함께 고속 회전하는 칼날에 사정없이 잘려 나가는 풀과 잔가지들을 보며 쾌감이 일었다. 하지만 어쩌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어 무조건 수리센터를 찾아야만 했던 불편. 특히 겨울..

내 집 이야기 2023.09.10

가을 파종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일이라서 특별할 것도 없다. 다만 해마다 재배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 그런데 그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 나이 듦과 상관관계인 것 같아 자못 씁쓸하다. 한 때는 전화 주고받기에 정신이 없었고 만나는 일도 시간을 쪼개야 했지만 이젠 필요에 의해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접촉의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시골에 외따로 살고 있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큰 이유라고 생각되지만 그래서 내가 가꿔서 주고 싶은 사람이 비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지도. 또 하나는 체력 감퇴에서 오는 노동력의 한계, 이를테면 쇠스랑 같은 농기구로 땅을 파고 고르는 일이 예전과 같을 수가 없다. 대개는 나눠먹는다는 것으로 텃밭농사를 미학적으로 포장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남에게 주려면 가능한 대로 좋은 것으로만 선..

텃밭 농사 202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