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293

차마 뽑아낼 수 없는 풀

농사짓는 이나 전원주택에 사는 이나 제초작업 때문에 올해도 수고가 많았으리라. 내 경우도 마찬가지. 잔디밭도 그렇지만 텃밭이나 꽃밭에 자라는 풀들을 수시로 제거해야 번거로움이 계속되었다. 바랭이, 방동사니, 세포아, 점나도나물, 질경이, 민들레, 여뀌, 소리쟁이, 환삼덩굴, 도깨비바늘, 돼지풀, 자리공...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까마중이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다른 풀들과 달리 좀 예외성을 가진다. 집 마당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 번식력 좋은 풀이지만 뒤란 언덕에 심어놓은 메리골드 틈바구나에서도 자라고 있다. 어린잎이나 줄기 등의 풀 형태를 보고 진즉 까마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하며 그냥 내버려 두었다. 순전히 어릴 때의 추억 그 때문이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 중의 한 곳은 ..

내 집 이야기 2023.11.04

부레옥잠 만개

날이 쌀쌀해졌는데도 부레옥잠 꽃이 만개했다. 좁은 연못 안이 그 때문에 환하다. 참 오래도 전에 꽃가게에서 1개 천 원 주고 구입한 것 같은데 어느새 많이도 퍼져 해마다 많은 꽃송이들을 피워 내며 주인에게 기쁨을 준다. 부레옥잠은 열대 식물이라서 겨울이면 얼어 죽는다. 때문에 3개 정도만 건져 내서 실내에 보관해 뒀다가 이듬해 봄 다시 연못에 넣어주면 한여름 동안 엄청난 개체 수로 번식을 한다. 지금 이 많은 것들도 지난여름동안 번식한 것들이다. TV로 동남아 지역의 호수나 강을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수면을 완전히 덮어버린 이 부레옥잠을 보면서 참 대단한 번식력을 가진 식물이구나 했었는데 그걸 내가 집에서 경험하고 있다. 수생식물의 번식력이 뭍의 종류들보다 강한 것은 아마도 성장에 꼭 필요한 수분..

내 집 이야기 2023.10.10

파대가리 유감

이 녀석을 볼 때마다 많이 밉고 짜증 난다. '파대가리'라는 이름도 누군가가 그런 비슷한 기분 때문에 그렇게 개무시(?)하는 마음으로 이름 붙이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렇지 '대가리'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내 집 잔디밭에 왕성하게 퍼져있는 풀이 이 파대가리라는 풀이다. 게으른 데다 방심하는 사이에 너무 많이 퍼져 일일이 뽑을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나름 친환경을 생각한다는 주제에 농약을 확 뿌려댈 수도 없으니 참 진퇴양난이다. 오래전 한 농사꾼이 쓴 '잡초란 없다'라는 책이 화제가 됐었지만 따지고 보면 잡초라고 표현하는 풀 하나하나가 약초라는 것이어서 하찮게 여기지 말아라는 의미일 텐데 현실이 어디 그런가. 찾아보니 파대가리 이 녀석도 감기나 두통 등에 좋다는 약초란다. 그러나 혹 내가 감기..

내 집 이야기 2023.09.21

예초기 재 구입

벌써 밤이 익어 벌레 먹은 밤송이들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집 언덕 위에 밤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던 터라 수확량이 제법 많은 편인데 줍거나 털려면 나무 밑으로 들어 갈 수밖에. 그런데 그 밑으로 잡초들이 무성해 볼썽사납다. 한낮으로는 아직 햇살이 따갑지만 오늘은 제초작업 하기로. 여름 한동안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 처음에는 예초기라는 용어가 참 생소했고 예초기의 '예'자가 벨 예(刈) 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제는 시골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예초기다. 처음엔 4 행정 엔진 예초기를 구입했는데 강력한 모터 소음과 함께 고속 회전하는 칼날에 사정없이 잘려 나가는 풀과 잔가지들을 보며 쾌감이 일었다. 하지만 어쩌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어 무조건 수리센터를 찾아야만 했던 불편. 특히 겨울..

내 집 이야기 2023.09.10

고마운 토종닭

토종닭이 드디어 일을 낳다. 초란이다. 그동안의 오골계는 흰색 위주의 알을 낳았었는데 이번의 토종닭 초란은 닭의 생김새를 닮아 누런 색깔이어서 건강해 보인다. 영양 성분은 오골계를 제외한 일반 닭의 흰색과 누런색의 달걀이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누런색에 익숙해져서 인지 토종닭의 알을 보면서 비로소 달걀같이 인식하게 되는 아이러니.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좋으면서도 무섭다. 이 달걀을 얻기까지 대략 15주 정도 걸린 것 같다. 넉 달 정도 기다린 보람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2마리가 어찌 한날한시에 알을 낳을 수 있을까. 산란동시라 -, 나에겐 줄탁동시보다 더 의미가 있는 용어가 된 셈이다. 우중에 사료를 주기 위해 닭장 문을 열었더니 이 2마리가 둥지 하나 싹을 차지하고 있는..

내 집 이야기 2023.07.18

진입 도로 포장

내 집에 가려면 지방도로에서 500 여 m 쯤의 군사용 비포장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도로는 그렇듯 군사용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따라서 이 길을 이용해 내가 원하던 장소에 집을 지으려다 보니 그에 따른 필요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했고 그에 따라 도로 사용과 건축 허가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었다. 은퇴 후 산자락에서 차분히 살고 싶었기에 그동안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없지만 특히 이 길을 이용하면서 비포장 도로라는 것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더욱 해 본 일이 없다. 오히려 기존 지방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 오가는 차량 소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 좋았고, 길가의 야생초나 나무숲이 주는 싱그러움 같은 운치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비포장이지만 자갈이 깔려있어 질퍽거리거나 먼지가 많이 ..

내 집 이야기 2023.06.30

지빠귀의 황당 사고

심은 나무들이 커가고 잎들이 무성해지면서 새들이 많이 찾아들어 반갑다. 청아한 새소리까지 함께 듣게 되면 너무 기분이 상쾌하다. 요즘은 주로 뻐꾸기와 꾀꼬리가 놀고 간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니 잠시 쉬었다 가든 먹이활동을 하고 가든 잘 보내고 가면 좋을 텐데 이따금씩 사고를 내 안타까운데... 오늘 아침 거실의 대형 유리창 문에서 꽈당- 하는 소리가 나다. 새가 유리창에 크게 부딪혔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눈을 돌려 보니 새 한 마리가 혼절한 상태로 바둥거리더니 이내 정지상태로 서있다. 엊그제 멧비둘기 한 마리가 같은 사례로 횡사한 바가 있어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데크로 나갔더니 부동자세인 채로 눈만 힘들게 껌벅인다. 입을 벌린 채 미동도 안 하는 것을 보니 몹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꽈당 소리가..

내 집 이야기 2023.06.25

드디어 노각나무 꽃 피다

참 오랫동안 기다렸던 꽃이다. 묘목을 구입한 지 10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기록이 빠져있다. 시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에서 샀다. 오래전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서며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오른쪽 편으로 조성된 정원에 이 나무의 꽃이 피어 있었다. 함박꽃 보다 작은 순백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 나무를 내 집 마당에 심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그날 나무시장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묘목을 심은 후 2,3년 후면 피겠지 했는데 척박한 땅 때문인지 성장이 매우 더뎠다. 2년 전에는 전정을 도와주던 친구가 그냥 원줄기를 싹둑 잘라버리는 바람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 많은 세월을 견뎌내며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다. 멀리에서 보면 언뜻 하얀 동백처럼 보이지만 꽃잎이 ..

내 집 이야기 2023.06.19

살구 수확

수확이라고 까지 표현할 게 못되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양을 거둬들인 기쁨이 있다. 살구나무를 심은 것은 내 집 역사와 함께 한다. 거의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으면 어느 정도 거목으로 성장해 있을 법도 한데 마사토 밑이 암반 수준이고 보니 결실을 맺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과수다. 아주 오래전 전남 보성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본일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개 줍다가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커다란 나무의 가지마다 노란 살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 않은가. 절로 나오는 탄성. 낯선 곳에서 몇 개 맛있게 먹던 그 추억 때문에 심어진 나무다. 딱 한 그루 있는 나무의 개복숭아를 따면서 그 옆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주워 담다. 거름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해마다 스무 개 ..

내 집 이야기 2023.06.17

닭 방사

지난겨울 백봉오골계가 매의 급습에 무참히 당하고 난 뒤 거듭 피해를 볼 수 없어 온통 그물막을 씌워 닭장을 좀 더 확장하는 것으로 방사장을 대신했다.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 그런데 봄이 되면서 그물 밖으로 새파랗게 풀이 자라는 것을 쳐다보는 녀석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물 밖 세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신세가 가여워 다시 방사의 기회를 줘야 되지 않나 싶었다. 그물로 울타리를 두르는 것은 가능한데 하늘 쪽까지 덮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 작업 자체가 힘든데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망설이기만 하다가. 그동안 소리쟁이나 개망초, 별꽃나물, 왕고들빼기 그리고 집에서 기르던 얼갈이 배추까지 수시로 뜯어 먹이로 주었으나 직접 풀밭에서 자유스럽게 먹이 활동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

내 집 이야기 202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