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293

대장 닭의 추락

사료를 주고 닭장을 나서려는데 몸 집이 큰 우두머리 수탉이 앞을 막고 있었다. 비켜나라고 발을 그 앞으로 뻗었더니 녀석이 대뜸 덤벼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녀석을 공격할 것으로 여긴 모양이었다. "허, 이놈 봐라" 비켜서라며 위협을 가하는 형태로 발로 땅을 한 번 차니 이 녀석이 험악한 자세로 재차 덤벼든다. 순간 놀라고 당황스러워 발로 살짝 걷어찼더니 계속 무서운 기세로 덤벼드는 것이었다. 곧바로 요절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막대기로 몇 대 살짝 쥐어박았더니 그제야 몸을 피한다. 그냥 후려치고 싶었으나 더 이상은 녀석들에게 막대기를 쓰지 않기로 한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수 가없었다. "아니, 괘씸하기 그지 없는 놈. 날마다 열심히 먹이..

내 집 이야기 2022.02.13

잔디밭 잡초

'잡초는 없다'라고 한 책 저자의 생각이 옳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면 이미 잡초가 아니다. 집 잔디밭에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잔디를 중심으로 보면 잡초라 할 수 있겠지만 독립된 개체로 보면 분명 유용한 야생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져버린 '점나도 나물'이란 풀이 그럴 수 있으려나. 어떤 이들은 농약을 해서 빨리 잡으라고 성화이고 어떤 이는 약품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농약을 쏴 아악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면서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약을 뿌리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황새냉이나 새포아플, 제비꽃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대개 두세 달 정도 살다가 사라지므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내 집 이야기 2022.02.12

뜬바위 산책

집에서 직선거리로 1Km 정도의 대숲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 2개가 있다.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아 마치 바위 하나가 허공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뜬 바위. 선사시대에 인위적으로 축조했을 거석문화의 한 모습일 것이다. 예전에는 주변에 괴이한 형상들을 한 바위들이 여럿 있었는데 석재 개발 붐을 타고 모두 사라지고 이 뜬바위만 남았다고. 이 덩치 큰 바위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건들게 되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 얘기 때문에 뜬바위만큼은 수난을 면했다고. 조성 당시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굴림용 통나무와 밧줄을 이용해서 멀리서 끌어 오고 흙을 쌓아가며 하나의 커다란 받침석 위에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았을 것이다. 내 눈으로는 영주 부석사의..

내 집 이야기 2022.02.02

풀(채소)먹는 닭

병아리 때부터 줄곧 사료를 구입해 주었고 보니 닭 먹이는 그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밖에 내놓으면 풀을 잘 쪼아 먹곤 해서 가끔씩이라도 푸른 잎을 마련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여름엔 야생의 왕고들뺴기와 텃밭에서 기르던 상추, 아욱 등의 여유분을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았고, 김장 때문에 수북이 쌓였던 배춧잎을 양껏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식성이 좋거나 배가 고플 때면 배춧잎을 줄기까지 남감없이 해 치운다. 그런데 한 겨울로 접어들고 보니 마트에서 일부러 구입하지 않으면 싱싱한 먹이를 조달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고가(?)의 배추를 사료용으로 구입해 사서 줄 수는 없는 노릇. 산책하다 보니 주변에 푸른 잎들이 보인다. 소리쟁이는 이 겨울에도 동사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온난화 영향인..

내 집 이야기 2022.01.09

수탉을 생각한다

며칠 후 내려온다는 깨복장이 친구들에게 닭 한 마리 잡겠노라 하니 너하고 매일 눈 마주쳤을 텐데 그럴 수 있는 거냐며 의아해 한다. 그 말이 맞다. 병아리부터 키워오며 한 식구가 되어버린 녀석을 어찌 내 손으로 잡아먹을 수 있단 얘긴가. 귀한 손님 오면 씨암탉 잡는다는 거, 그거 옛말 아닌가. 하지만 결국 우린 닭볶음탕을 먹게 되었다. 통통히 살이 오른 수탉 한 마리를 골라 밥상까지 올리게 됐는데 반려동물이 아니라 단지 가축일 뿐이라고 몇 번이나 되씹으며 서로 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넉 달 만에 내 집에서 만난 친구들. 서로 멀리 떨어 져 살기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식사 장면은 지난 여름 만났을 때 마당에서 내가 재배한 야채 위주로 저녁 식사하던 모습. 식당에서 닭요리를 주문..

내 집 이야기 2021.12.14

나무 월동 관리

울 안에 대략 100여 종류가 넘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순전히 나무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내가 작은 묘목으로부터 심어 가꾸었기에 나무 그 자체의 예찬론에 앞서 나무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나의 애정이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단 몇 그루라 할지라도 새로운 묘목을 구입해 심어 왔는데 어떤 것은 생육환경이 맞지 않거나(특히 토질) 이웃 토목공사로의 부주의 또는 나의 정성 부족으로 사라져 버린 경우가 없지 않다. 금송, 금목서, 스페니쉬 브룸 같은 경우가 그렇다. 지난봄에 구입한 것은 월계수, 백정화, 붓순나무 등인데 사실 이것들은 나의 착오로 들여오게 된 것들이다. 난대성 식물인 줄 몰랐던 것이다. 대형 온실이라도 갖추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처지가 아니고 보니 일부는 방 안으로 들여놨지..

내 집 이야기 2021.12.13

낙엽을 쓸며

내 사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고 이웃에 미안하지 않다면 그대로 두고 싶은 낙엽이다. 울 안팎으로 참나무류와 단풍나무가 많은지라 나뭇잎이 유독 많이 쌓인다. 면에 나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비를 하나 살까 하다가 뒷산에 대나무가 많은데... 그래서 대나무 잔가지를 묶어 간단히 비를 만들었다. 작은 수고면 된 터라 굳이 돈을 들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보다는 플라스틱 비가 거의 닳아져 못쓰게 되었을 때 그걸 어디에다 버리나 싶어 그리한 까닭이 크다. 잦은 비소식과 바람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지라 며칠 방치했더니만 낙엽으로 길을 덮을 정도가 되어 버린다. 지나는 사람의 비난이 있을 법도 하기에 결국 대문 앞 길을 치우다. 댓잎을 다 털어내지 못해 빗자루가 약간 무거웠나 참 잘 쓸어진다. 마당 옆 ..

내 집 이야기 2021.12.13

부겐빌레아 사랑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꽃이 만개했다. 서울에서 20여 년 키운 후 시골로 가져와 화분도 교체하고 분갈이도 해 준 덕분인지 주인을 기쁘게 해 준 것이다. 여름 동안 밖에 내놓았다가 지난달부터 실내로 들여여 왔는데 새 순이 돋더니만 이내 꽃 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는 꽃은 처음이다. 화초는 정성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맞다. 대형 화분에 심어 보다 넓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했으면 아마 지금 쯤 거목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꽃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 어딘가에 작성한 바 있어 생략. 보름 정도의 개화 기간 후 지기 시작하는 부겐빌레아. 영어권에서는 종이꽃(Paper flower)이라 불리기에 마치 동백꽃 그것처럼 낙화한 모습이 추하지 않아 보여 며칠은 바닥에 ..

내 집 이야기 2021.12.13

두 번 피는 백일홍

시골에 내 집을 갖게 되면서 제일 먼저 심은 꽃이 백일홍이다. 어릴 적 집 마당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백일홍은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서 6월쯤부터 꽃을 피우고는 한여름이 지날 때까지 오래오래 핀다. 그리고 따로 채종을 하지 않아도 땅에 떨어졌던 씨앗들이 스스로 발아해 이듬해에 다시 예쁜 꽃을 피운다. 물론 좀 더 많은 꽃들을 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씨앗을 뿌려 가꾸기도 한다. 여름의 시작부터 늦가을까지 여러가지 색깔의 꽃들이 쉬지 않고 피어나며 기쁨을 준다. 그때마다 어릴 적 여러 모습들을 자동으로 소환하게 된다. 호미로 모종을 떠 옮겨 심으시던 아버지의 모습 하며 꽃 한가운데 화관 모양으로 테두리를 노란 꽃잎들을 뽑아 친구와 콩나물 장사 흉내를 내던 생각... 백일..

내 집 이야기 2021.11.22

드디어 알을 낳다

참 기쁜 일이다. 내가 키운 닭에서 알을 취할 수 있게 되었으니. 지난 6.12일에 병아리를 가져와 3달 반 정도를 기른 셈이다. 보통 16 주령 정도부터 알을 낳기 시작한다는데 조금 빠른 펀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꼬박꼬박 사료 챙겨 먹이고 깨끗한 물 공급해 주고... 나름 공을 들인 편이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이제부터 받는 것 같기도 하고. 기른 지 4달이 가까워지자 열흘 전 쯤 알집을 미리 만들어 놓았었다. 알집 만들려면 합판과 각목이 좀 필요한데 어떻게 구입해 오지? 하며 고민을 좀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면 소재지의 작은 아파트촌을 지나다 보니 누군가가 버린 나무 캐비닛의 서랍이 버려져 있지 않은가.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 두 개를 포개 넣었다. 나에겐 안성맞춤의 재활용품이었다. 대..

내 집 이야기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