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293

새 가족 백년초

오늘 개복숭아 효소 담그기를 준비하다가 무심히 화단을 스쳤을 때 절로 감탄사가 나오다. 백년초가 연노랑의 노란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오, 아름다운지고!" 흡사 이른 봄의 복수초처럼 꽃잎이 얇으면서 색이 매우 연하다. 꽃말이 정열이라는데 순결이리고 해야 맞지 않나 싶다. 첫사랑일 때 상대를 만나면 매만지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이 꽃을 보며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과장일까. 가시 달린 잎의 투박한 모습 때문에 그 느낌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그 모습이 빛나 보이는 게 아닌지. 꽃밭 한 켠에 딱 한 송이만 피어있어 더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2년 전 가까운 곳에 사는 후배로부터 효과가 좋은 것이니 한 번 먹어보라고 백년초 열매 효소 한 병을 선물 받았다. 그..

내 집 이야기 2023.06.13

열무김치

여름 채소 중의 으뜸은 열무다. 다른 것들은 대개 쌈이나 국거리로 먹게 되지만 열무는 물김치를 담아 긴 시일동안 시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에 파종했던 것이 어느새 많이 자라서 김치를 담기로. 물론 내 실력으론 안되고 아내의 솜씨가 절대 필요하다. 아직 완전히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일정 때문에 적기를 놓칠 수가 있어 며칠 앞 당기기로. 묵은 씨앗을 파종하여 약간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싱싱하게 자랐다. 씨앗은 50g이 한 봉지이지만 수천 립이 들어 있어 한 해 200 립 정도만 사용하고는 많이 남아있는 양을 그대로 폐기하기가 아까운지라 대개 3년 정도를 쓴다. 경험해 보니 발아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성장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확 양이 많지 않은지라 뽑고, 다듬고, 담..

내 집 이야기 2023.06.11

만첩빈도리

무슨 이름이 이런가 싶다. 꽃이름이다. 꽃모양의 예쁜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종 모양의 개별 꽃은 아주 작지만 엷은 자주색을 포함하고 있어 귀엽다. 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꽃 형태를 이루며 아래를 향해 핀다. 전문 용어로 총상(總狀) 꽃차례라 이름하는데 이 용어 역시 어색하고 어렵다. 오래전부터 가꾸어 온 말발도리와 이웃사촌인 듯 나무와 꽃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꽃의 색이 다를 뿐. 내 집 울타리에서 자라고 있는 이 꽃에도 이야기가 있다. 지난 글에서 놓치는 바람에 선물해 준 이가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일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느 여름 날 내 집을 찾은 후배와. 정원용 수도에서 캠핑생활에서 사용할 용수를 차에 공급하고 있다. 직장 후배인 H는 퇴직 후 캠핑카를 한 대..

내 집 이야기 2023.05.23

꽃이 전하는 이야기

계절의 흐름을 따라 꽃을 볼 수 있도록 나름 종류별로 선택해 화초를 심어왔다. 5월 중순, 지금 이 시기의 내 집 마당에 안젤라장미와 노랑꽃창포가 절정이다. 그냥 장미와 난초라 하지 않고 굳이 구체적으로 꽃이름을 표기하는 까닭은 꽃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최근에 나온 한 책을 보니 꽃이 가진 언어, 말하자면 꽃말을 이용한 꽃과 꽃의 배열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하던 관습이 빅토리아 여왕 시대 등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꽃말과 관계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에는 그 시절처럼 꽃말 속의 어떤 의미를 생각하면서 꽃을 대하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어떤 인연 속에서 꽃들이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많은 사례들이 있을 것 같다. 두 꽃 모두 나와 함께 15년 정..

내 집 이야기 2023.05.21

아버지의 꽃

5월 중순에 접어들며 붓꽃이 피기 시작한다. 붓꽃이란 이름이 좋다. 붓끝에 물감을 묻힌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져서 그 앞에서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다. 사람들은 요즘 그 좋은 이름을 놔두고 아이리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래전에 인기를 모았던 그 이름 '아이리스'라는 드라마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꽃밭에 심은 이 붓꽃은 "아버지의 꽃"이다. 5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긴 과거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집 꽃밭에 키웠던 이 붓꽃 몇 포기를 떼어 내어 할아버지의 산소에 옮겨 심었다. 아버지는 당신의 아버지가 먼 산에 잠들어 있는 것을 마음 아파하셨을 것이다. 해마다 추석 명절이면 아버지를 따라 대전 외곽의 어느 양지바른 산자락을 찾아 그곳에 모셔져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했고 그럴 ..

내 집 이야기 2023.05.16

다시 봄 농사

고향 산자락에서 노후 보내겠다고 터 잡고 집지어 살게 된 것은 은퇴 몇 해 전부터였다. 그리고는 어느 새 햇수로 18년째의 시골 생활, 뒤돌아보니 20여 년의 세월이 휙 지나가 버렸다. 처음, 맨땅에 씨 뿌리던 얼치기 농사꾼은 이제 배추 무 등 여러 채소를 자급할 정도로 실력이 불었고 집 주변의 나무들도 잘 자라줘 제법 푸르러졌다. 화초들도 계절 따라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지라 그동안 애써 가꿔 키운 보람을 안긴다. 비록 작은 땅뙈기라도 얼마 전 퇴비 스무 포대를 구입해 흙과 뒤섞어 놓고는 텃밭에서의 수확을 미리 생각하며 배불러한다. 그런 기쁨 때문에 해가 갈수록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고 나의 노동력을 쏟아 넣어야 하는 수고를 즐겁게 보태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씨앗이랄지 농자재 등을 챙기고 ..

내 집 이야기 2023.04.02

3천 원의 행복

해마다 찾아가는 산림조합 나무시장이지만 특별히 주목을 끄는 나무가 없었다. 대부분 내 집에 다 있는 나무들이거나 아니면 토질 때문에 심기에 적당치 않은 나무들. 그냥 돌아서기 뭣해서 몇 년 전부터 화분에 심겨 있는 홑동백(애기동백) 한 그루씩 사 오곤 한다. 지난해엔 1만 5천 원이었는데 올핸 2만 원이다. 그럴 줄 일았다. 다행히 집 울안에서 월동을 하고 꽃을 피우기에 해마다 한 주 씩 사다 심기로 마음먹었다. 동백 1주만 달랑 들고 나오기가 서운하여 그냥 적당한 1년 초 화분 하나 덤으로 구입하곤 했는데 올핸 빨간 꽃 아네모네. 3천 원이니 며칠 피었다 지더라도 좋을 듯싶었다. 3월 초순이었고 보니 집 마당에 아무런 꽃이 없는 삭막함을 그 하나로 다래보고자 했다. 마당에 옮겨 심었더니 새빨간 모습에 ..

내 집 이야기 2023.03.25

목이버섯 발견

경이롭다. 내 집에서도 목이버섯을 볼 수 있다니. 지난해 봄엔 영지버섯이 자라더니만 올핸 뜻밖의 목이버섯 발견이라니. 뒷산을 자주 오가면서 땔감 마련을 위해 고사목이 찾아보는 일상 속에 우연히 눈에 띈 것이다. 북쪽 생나무 울타리 주변에 우뚝 서 있던 개옻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접근하여 살펴보니 고사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는데도 그동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베어내야겠다 싶어 톱을 준비해 밑동 쪽으로 대려 하니 아니 그런데 눈에 익었던 버섯이 붙어있지 않는가. 대번에 목이버섯임을 알았다. 자라고 있는 현장에서는 한 번도 직접 본일이 없었지만 과거 중국 여행길에서 사 와 식용했던 것과 다름이 없어 쉽게 알 수 있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주는 별미여서 즐겨 먹곤 했었다. 죽은 나무..

내 집 이야기 2023.02.24

오골계 사육

오골계를 여러 마리 사육하는 아랫집에서 2마리를 얻어 오다. 얼마 전 내가 키우는 백봉오골계 1마리가 매의 급습으로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암탉 2마리만 남아 있어 두어 마리 구입해 키우려던 참이었다. 방사장에 내놓아도 그동안 사고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2번이나 피해를 당해 속이 상했다. 우리 안에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밖으로 풀어놓은 것이 매에게 먹잇감을 만들어 준 셈. 아랫집에서 닭을 방사하며 수 십 마리를 키웠는데 그동안 매의 공격을 몇 번 당한 후 지금은 모두 가두어 사육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숫자가 많았다. 시장에 내놓을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키우는 바람에 사료비와 공력만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지인들이 방문하면 직접 잡아 요리해야 하는 등의-) 한편으론 애물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

내 집 이야기 2023.02.03

땔감 준비

아궁이가 있는 황토방을 마련해 놓았으니 화목이 필요하다. 다른 방엔 전기보일러 시설이 돼있어 구태어 불을 지필 필요가 없지만 주로 아내를 위해서 아님 집 내부에 열기 공급을 위해 가끔씩 불을 때는 편이다. 땔감은 모두 뒷산에서 구한다. 산에는 고사목들이 그야말로 지천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비용이 들더라도 모두 수거하여 재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럴 형편이 못되고 보니 따로 처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자연적으로 고사한 나무도 있지만 대개는 태풍등의 영향으로 쓰러진 것들이다. 썩으면 거름이 되겠지만 수십 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지 않을까? 집에 아궁이가 있으니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 그러나 그 무거운 아름드리(?) 나무는 옮겨 올 방법이 없다. 운송용 차량은 고사하고 손수레..

내 집 이야기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