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293

여름날의 토마토

텃밭에 재배하는 채소 중에 가장 생산성이 있는 것은 김장채소인 무와 배추 외에 토마토가 있다. 봄이 시작되면 시장에서 여러 가지 모종을 사 와 심는데 수효가 제일 많은 것은 토마토다. 지난봄에도 30개를 구입해 뒤란 밭에 심었다. 일조량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평소 가꾸던 햇빛이 종일 드는 앞마당에는 올해 새롭개 잇꽃을 심어야 했기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래도 스스로 잘 자라주어 요즘 매일같이 여러 개를 딴다. 일조량이 부족하니 아무래도 성장이 부실하여 열매가 예전보다 적게 달린 아쉬움이 있으나 그래도 예년의 70% 수준은 된 것 같아 나와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정도는 몇몇 지인들과 나눌 수도 있었다. 토마토는 재배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우선 자체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벌레들이 달..

내 집 이야기 2021.07.22

닭장 확장

병아리를 키운 지 이제 2달이 지났고 보니 성계가 되었다. 몸집이 제법 커져서 걸어 다닐 때는 퍽퍽 소리가 날만큼 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모두 22마리를 대여섯 평 정도의 그리 넓지않은 공간에서 키우고 있는데 그래서 아무래도 닭장이 좁아 보였다. 녀석들이 아무래도 답답해할 것이다. 해서 쾌적하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늘려주기로 하다. 철제 각파이프를 이용해서 튼튼하게 지어서 확장해 주고 싶은 마음 없지 않았으나 나로서는 아직 역부족이어서 간이 형태의 활동 공간을 만들기로 하다. 족제비나 매, 고양이 등으로부터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천정공사까지 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공사다. 그래서 주간에만 일정 시간 닭장 밖으로 나와 지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을 하기로 일정 간격으로..

내 집 이야기 2021.07.13

나라 꽃은 있어야

꽃들이 봄부터 쉼 없이 피고 진다. 대개 사나흘은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있으나 산수유 같은 것은 거의 한 달 여 노란 모습을 보여주다가 초록 잎이 나면서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꽃을 대하는 마음이 점점 예사로워지지 않는 것 같다. 평소에는 화무십일홍이란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렸으나 요즘은 그 의미를 깊숙이 체감한다. 어떤 때는 심각할 정도로. 만년 청 준일 것 같던 지인들의 부음을 접할 때마다 더욱 그렇다. 무궁화 얘기하렸는데 어쩌다가 이리되었는지... 7월 들어 능소화가 여기저기에서 시선을 끌어들이더니만 식탁에 앉아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집 나무 울타리에 무궁화가 한창이다. 식탁에 앉게 되면 내가 기대어 사는 익산 땅의 상징인 미륵산이 정상까지 눈에 들어온다. 애초 집을 지을 때 일부러 창을 크게..

내 집 이야기 2021.07.11

하늘로 오르는 능소화

어느 시골의 돌담에서 봤던 능소화. 주황의 꽃도 좋고 잎새도 기품이 있어 보여 시선을 끌었다. 묘목을 구해 집 마당에 심은지 오래되었지만 맞지 않은 토양 때문에 십여 년이 넘도록 자람이 매우 더뎠다. 물론 꽃도 없었다. 토양이 그렇다 치더라도 그냥 심어놓고 방치하다시피 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능소화는 무엇인가를 타고 올라가야 성장이 빨랐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제 녀석이 알아서 무언가 타고 올라가겠지 했다. 차고 옆의 능소화는 이후 길게 세워 준 나무 지주 때문에 그걸 타고 올라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해서 해마다 탐스럽게 꽃을 피운다. 고마운지고. 이 녀석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 새 봄이면 주변 여기저기에서 새싹이 나온다. 그냥 버려둔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여 밤나무밑에도 감나무 밑에도 그리..

내 집 이야기 2021.06.29

매실 수확

세어 보니 울안에 심어진 매실나무가 13그루. 욕심이 과했다. 애초에는 새봄의 꽃과 향을 위해 심었지만 열매가 생기니 매실주를 담궈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평소 과실주를 좋아하지 않았고 더구나 이젠 단주 상태인지라 열매들은 모두 효소를 만드는데 쓰기로. 땅이 척박한데다 거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고 보니 사실 열매들의 알이 작고 부실하다. 그래도 제법 건강한 상태로 거두어들인 양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아내와 아들의 노동력이 더해져야 했다. 손주녀석이 빠져 아쉬웠지만 흠집이 많은 것들은 버리고 모두 수확한 양이 45Kg 정도. 플라스틱의 노란 상자에 가득 채우면 15kg의 양이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다. 갈색설탕이 3포대 필요하다는 것도. 깨끗이 세척하여 넓다란 바위 위에 널..

내 집 이야기 2021.06.11

아욱 꽃

몸에 좋다 하니 봄가을로 아욱을 재배해서 먹는다. 주로 국을 끓여 먹는 편인데 잎이 미끈미끈하여 뭔가 좋은 성분이 있는가 보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전해오는 얘기처럼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먹어야 될 만큼 특별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떻든 혈관과 뼈, 눈, 노화 방지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자가 재배해서 음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편. 아삭아삭한 맛을 위해서는 잎줄기까지 따야한다고 아내가 이르는데도 그게 귀찮아서 연한 잎새만 추려 된장을 풀어 국을 끓여 먹고 여분이 생기면 살짝 데쳐 냉동실 행, 요즘은 꽃이 피기 시작하여 이젠 뽑아내야겠다고 하다가 문득 닭의 먹이로 생각이 나 뜯어 줘 보니 아주 잘 먹는 게 아닌가. 그래서 지금은 사료용으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닭들이 풀도 잘 먹는다. 왕고..

내 집 이야기 2021.06.11

닭장짓기 재 시도

토종닭 병아리를 애지중지 기르다가 족제비에게 모두 잃었다. 기른 지 2개월 만이었다. 그때의 허망함이란... 나무와 비닐 그물망으로 허술하게 닭장을 지은 탓이 컸다. 언젠가 다시 기르려니 했는데 진안 산골에 사는 선배 분이 다시 병아리를 20여 마리 줄 테니 길러보라고 권한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 사양했는데 함께 있던 지인이 간단히 닭장을 지을 수 있는데 망설이지 마라면서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거든다. 그렇게 하여 개량품종이라는 병아리 20마리를 가져 와 다시 길러 보기로. 우선 종이 상자 두 군데에 넣어 기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밤 기운이 차가 와 현관에다 잠을 재우며 정을 쏟기 시작하다. 병아리 자체가 귀엽고 예쁘지만 늘 화초와 나무만 대하다가 살아 움직이는 가축을 대하는 기분이 여간 좋..

내 집 이야기 2021.05.25

생명의 외경

곧게 뻗은 오동나무 가지가 있어 쓸모가 있으려니 해서 두어 개 잘라 헛간 옆에 비스듬히 방치해 둔지 서너 달 되었을까. 그런데 이게 왠 일, 엊그제 그 옆을 지나다 우연히 눈길이 닿았는데 아뿔싸 그 가지에서 움이 터서 한참을 자라 있지 않은가. 가지 안의 영양분으로 일시적으로 움을 틔운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려 성장하고 있은 것이었다. 수년 전 은수원사시가 그러하더니만 이런 모습을 두 번째 본다. 묘목처럼 아주 작은 게 아니라 직경이 5cm 안팎 되는 제법 굵은 나무줄기인데 땅과의 접촉면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힘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모습을 보니 옛날 고승이 그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아 놓았더니 그것이 자라 고목이 되었다는 전설, 그거 황당한 게 아니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

내 집 이야기 2021.04.25

새로 심고 옮겨 심고

꽃과 나무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일까. 땅이 한정되어 있음에도 뭘 또 심어볼까 하고 생각한다. 그만 심어야지 하면서도 올봄엔 붓순나무, 백정화, 월계수, 백산차, 황근, 홑 동백, 영산홍과 자산홍, 회양목을 구입해 심었다. 대부분 1년이나 2년생 정도의 늘 푸른 어린 묘목이다. 월동이 불가능한 것들은 화분에 심기도 했다. 영산홍과 자산홍은 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용도를 위해 50여 주를 언덕에 심었는데 1,500원과 2,000원의 어린 묘목을 구입해 심었다. 사질토에서도 잘 자라니 몇 년 지나면 가지를 잘 뻗으리라 생각한다. 심은 지 이미 20 여 일이 지났는데 잎이 점차 싱그럽게 바뀌고 있어 내 땅에 건겅히 뿌리내릴 것으로 여기며. 동백의 경우 시장에서 파는 것은 거의가 겹동백이다. 홑동백은 내..

내 집 이야기 2021.03.22

설중치(雪中梔)

梔(치)는 치자나무를 뜻한다. 치자나무는 상록수다. 눈 속에서도 초록의 기품이 자못 의연한데 초록 그 안의 빨간 열매 또한 은근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여느 해 같으면 늦가을에 열매가 모두 익었을 텐데 지난 해에는 개화 시기도 늦었고 따라서 열매도 한 겨울이 되어서야 빨갛게 모양을 갖추었다. 지난봄에 찾아든 추위 때문이었을까. 심은 지 10년도 훨씬 지났지만 척박한 사질토에서도 그런대로 잘 자라주어 주인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해마다 열매를 거두어 잘 간수했다가 우리 식구에게는 물론 지인들이 찾아오면 즐겨 치자밥을 지어 내놓았는데 노란 색깔이 참 보기 좋았다. 아직은 지난해의 치자가 남아있어 마당에 좀 더 두고 눈으로 감상하는 호사를 누려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까치의 공격이 시작되었..

내 집 이야기 202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