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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의 마지막 알

마지막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는데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얼마 전 산란계 사육을 끝내고는 또다시 기르고 싶다는 욕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동안 기르던 산란계들이 더 이상은 알을 낳지 않아 정리했다. 먹이를 들고 가면 우르르 쫓아 나와 반기곤 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좀 허탈하다. 정확히 지난해 5월 12일 레그혼으로 여겨지는 병아리 20마리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3개월 반쯤 지나고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면서 양계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대개는 한 겨울에 알을 낳지 않는다고 하던데 내가 기르던 닭들은 하루에 한 개, 또는 이틀에 한 개씩 꾸준히 낳아 줘 나와 식구들의 건강을 챙겨주었고 여유가 있어 더러는 이웃, 지인들과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달걀을 만들어..

내 집 이야기 2022.12.02

감과 밤

내가 살 터를 구입하면서 맨 먼저 심은 나무가 감나무였다. 어느새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주에 있는 한 종묘장에서 대봉감 5주를 구입해 심었는데 그 무렵 살구, 사과, 배, 자두, 호두, 밤 등 여러 과실나무 묘목을 함께 심었지만 가장 성장이 좋은 것은 감과 밤이었다. 사질토의 척박한 땅 때문이다. 다른 과수들은 성장이 매우 더디고 열매가 거의 없어 봄철 꽃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감과 밤은 굳이 거름을 하지 않아도 가을이면 제법 실한 열매가 맺혔다. 집 언덕에 토지의 여유가 좀 있어 밤나무 10 여 그루를 심었는데 지금은 대 여섯 그루에서 밤송이가 많이 달린다. 그대로 수확하면 상당한 양이될 텐데 그 '상당한'의 상당량이 벌레가 먹어 절반 정도만 거두어 먹는 정도. 게으르기도 하려니와 ..

내 집 이야기 2022.11.05

토란 수확

토란을 심겠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어린 날의 추억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토란잎을 보면 이슬방울들 모여 움푹 들어 간 토란 잎 한가운데 영롱한 물방울로 담겨 있었다. 잎을 기울이면 영롱한 물방울은 옆으로 또르르... 반대쪽으로 기울이면 다시 옆으로 또르르... 봄날 시장에서 구근을 5천원 어치 구입해서 심었는데 지인이 심어보라고 또 구근을 주는 바람에 제법 많은(?) 면적에 심었다. 무럭무럭 잘 커 주었다. 아내는 토란을 볼 때마다 토란국보다는 줄기를 말려 육개장 같은 데 넣어 먹으면 좋은데... 하며 은근히 그런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하여 굵은 것을 위주로 베어 말려 보기로. 육개장 먹을 때 입안에서 씹히는 그 독특한 맛을 아는지라 일하는 동안 계속 군침이 돌고,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너..

텃밭 농사 2022.11.03

도토리 줍기

울 안에 오래된 토토리 나무가 몇 그루 있다. 해갈이 하는지 지난해엔 도토리가 거의 열리지 않았는데 올핸 땅바닥에 지천으로 떨어진다. 터를 잡아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할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해가 거듭되면서 그냥 방치하는 게 아깝다 싶었다. 텃밭을 가꾸며 먹거리를 만들어 먹는 즐거움이 있지만 거기엔 반드시 상응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채소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꾸준히 보살피면서 적당한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도토리의 경우는 순전히 공짜다. 울 안에 이런 나무가 있다니,,, 주울 때마다 나무에 고마워한다. 다만 주어서 그냥 먹을 수 없고 껍질을 까고, 분쇄하고 그리고 수없이 쳐대서 물과 함께 가라앉혔다가 다시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러나 그 자체가 별미..

내 집 이야기 2022.10.19

호박꽃 단상

흔한 꽃이 호박꽃이요 꽃 자체의 펑퍼짐한 자태로 인해 호박꽃도 꽃이냐고 비아냥 거린다. 특히 특정 여성을 겨냥하여 그리 호칭함은 일종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들린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평소 호박꽃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호박을 얻기 위해 심어 가꾼다는 생각뿐 호박꽃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며칠 비 내리고 날이 더워 줄곧 집 안에 머물면서는 다시 쳐다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올라갈 땐 안 보이던 꽃이 내려올 땐 보이더라는 시구와 같이. 아침 일찍 창밖을 보니 호박꽃이 샛노랗게 피어 눈에 빨려 들어온다. 하루에도 수 십개 피는 것 같은데 나팔꽃 그것처럼 아침 일찍 피었다가 오전 중에 시들어 버리니 평소 내 시선을 끌지 못했던 것일까? 오늘 아침은 한참을..

내 집 이야기 2022.08.02

웬 영지버섯?

영지버섯은 육안으로 보아도 효과가 좋을 것 같은 모습이다. 영험스러움이 있기에 영묘하다는 靈자를 붙였을 것이다. 평소 TV에서만 봐 왔던 터라 내 집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비가 내린 뒤끝이면 마당에 여러 종류의 버섯이 피어 나 여기 블로그에 담아 놓은 일이 있다. 그런데 영지가 보일 줄이야. 집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보통 4, 5년 정도면 부패하는지라 교체하는 작업이 귀찮아서 최근까지도 시멘트 블록으로 대체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무 그대로가 더 운치가 있을 것 같았기에. 그런데 지난봄 어느 날 계단을 오르다 발밑을 보니 노란 버섯대가 올라 와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틀림없는 영지버섯이다. 세상에. 그 후로도 버섯은 눈에 보이지 않게 꾸준히 ..

내 집 이야기 2022.08.01

아이쿠, 물이 안 나오네...

시골(전원) 생활이 언제나 즐겁거나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TV 프로그램에서의 자연에서의 생활 모습을 보면 대부분 긍정적인 것을 다루고 있지만 비슷한 분위기에서의 즐겨 보는 내 입장에서는 불편해하는 상황도 담아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런 걸 어떻게 극복하는지 나에겐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햇수로 17년 째 접어든 산자락에서의 생활, 평소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며 그저 느슨하게 지내다가 겨울에 보일러가 말썽을 부리거나 지하수가 펌핑되지 않아 물을 쓸 수 없게 될 때 저으기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TV나 인터넷 같은 류의 고장이라면 이라면 며칠 동안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물은 어찌 할 수가 없지 않은가. 필수 생활용 수다. 서비스를 의뢰하면 시간이 꽤 ..

내 집 이야기 2022.07.30

하늘로 올라 간 능소화

능소화 묘목을 구입해 심은 지 15년이 훌쩍 넘었건만 마사토 성분의 겉흙을 제거하면 바로 암반층이어서 그동안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기품 있어 보이는 꽃을 봐야겠다 싶어 여기저기 나눠 심었는데 그동안 그저 근근이 생명을 유지해 온 수준. 어느 날 소나무에 담쟁이가 기어 오른 것을 보고 저기에 능소화를 올렸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옮겨 심었지만 그 후 수년 동안 뿌리를 내리지 못한 듯 서너 뼘 정도의 키 작은 그대로였다. 또 다른 곳은 건조한 땅 때문에 말라죽기도 하고. 그런데 지난 해 부터 갑자기 성장세를 보이더니만 올해는 그 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라간다. 대략 20 여 m를 올라간 듯싶다. 감탄.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저렇게 해서 꽃이라도 피는 걸까 여겼는데 웬걸 그 높은..

2022.07.28

부여 가림산성에...

텃밭 일에 하루 해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지내는 편인데 오늘 아침은 문득 가림산성에 가고 싶은 충동이 일다. 얼마 전 내 집을 방문했던 지인에게서 사랑나무 얘기를 들은 이유가 컸지만 잠시 자료를 뒤적여 보니 이 '가림산성'이 마음에 꽂히는 것이었다. 부여를 찾아가면 그저 부소산이나 박물관 정도가 전부였는데 '가림산성'이라고? 집에서 차로 달리면 40-5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부여군 임천면. 가뭄 때문에 거의 물이 보이지 않는 임천천에 잠시 내려 저 멀리의 가림산을 바라본다. 높지 않은 산이다. 백제 동성왕 때 이곳의 성주였던 백가라는 이가 축조했다는데 당시 이곳의 지명이 가림군(加林郡)이었다고. 이 돌계단을 오르고 나면 수령 4백 년 정도의 큰 느티나무가 있다. 이른바 사랑나무로 불리는데 나무의..

기타 2022.06.21

아니, 이게 무슨 꽃?

제초 작업을 하다가 자목련 나무 아래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본 순간 절로 터져나오는 말이 "아니 무슨 꽃이 여기에...". 처음엔 금전초려니 했는데 보라색깔이 유난히 짙고 꽃이 여러 개 무더기로 피었다. 잎과 꽃들이 납작 엎드린 채 땅에 붙어있었다. 이곳 내 집에서 살아오며 처음 보는 꽃이었고 물론 그동안 산과 들에서도 본 일이 없었다. 이럴 때 편리한 게 사진으로 찍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다음의 꽃 검색 기능이다. 이것은 "금창초일 확률이 99%"라고 나온다. 금창초(金瘡草)라는 여러 해 살이 들꽃이다. 항균과 지혈 작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약초. 그러나 그런 약성보다는 꽃과 잎의 형태가 특이해서 관심을 끈다. 잎은 마치 크리스마스 때의 장식용 나뭇잎처럼 생겼다. 주변을 살펴보니 더 이..

내 집 이야기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