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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전하는 이야기

계절의 흐름을 따라 꽃을 볼 수 있도록 나름 종류별로 선택해 화초를 심어왔다. 5월 중순, 지금 이 시기의 내 집 마당에 안젤라장미와 노랑꽃창포가 절정이다. 그냥 장미와 난초라 하지 않고 굳이 구체적으로 꽃이름을 표기하는 까닭은 꽃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최근에 나온 한 책을 보니 꽃이 가진 언어, 말하자면 꽃말을 이용한 꽃과 꽃의 배열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하던 관습이 빅토리아 여왕 시대 등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꽃말과 관계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에는 그 시절처럼 꽃말 속의 어떤 의미를 생각하면서 꽃을 대하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어떤 인연 속에서 꽃들이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많은 사례들이 있을 것 같다. 두 꽃 모두 나와 함께 15년 정..

내 집 이야기 2023.05.21

아버지의 꽃

5월 중순에 접어들며 붓꽃이 피기 시작한다. 붓꽃이란 이름이 좋다. 붓끝에 물감을 묻힌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져서 그 앞에서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다. 사람들은 요즘 그 좋은 이름을 놔두고 아이리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래전에 인기를 모았던 그 이름 '아이리스'라는 드라마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꽃밭에 심은 이 붓꽃은 "아버지의 꽃"이다. 5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긴 과거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집 꽃밭에 키웠던 이 붓꽃 몇 포기를 떼어 내어 할아버지의 산소에 옮겨 심었다. 아버지는 당신의 아버지가 먼 산에 잠들어 있는 것을 마음 아파하셨을 것이다. 해마다 추석 명절이면 아버지를 따라 대전 외곽의 어느 양지바른 산자락을 찾아 그곳에 모셔져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했고 그럴 ..

내 집 이야기 2023.05.16

고마운 선물

휴대전화에 문자가 찍혔다. 택배가 도착할 것이란다. 주문한 게 없는데 잘못 수신된 게 아닌가 하고 내용을 보니 MP DOLCER3라는 물품이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USB 같은 것인가? 품목이 뭔지 알 수 없어 아들 녀석이 보낸 것인가 싶었다. 말 수 없는 녀석이 느닷없이 예초기 같은 장비를 사서 보내곤 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전화해서 "네가 보냈니?" 하니 아니란다. 이런 제법 부피가 있는 물품을 받았다. 겉 포장지를 보니 오디오 제품이다. 집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집 식구 말고는 없는데... 딸 녀석이 보냈다면 사전 연락이 있었을 테고. 이전 직장 퇴직자 명부에 주소가 있으니 절친했던 누군가가 보냈을까? 발송 회사에 전화해 보니 휴일이라서 생각대로 불통이다. 수신인이 내가 확실하여 상자를 뜯..

기타 2023.05.09

오서산

지난번 칠갑산에 이어 다시 충청권 산에 오르기로 하다. 일단은 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차로 대략 1시간 반 정도의 거리. 보령 시내를 빠져나가 청라면 쪽으로 향하니 멀리 산봉우리가 보인다. 그런데 저 산이 맞는가 싶다. 서해 연안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791m 정도의 산이라면 산세가 제법 깊을 만 한데 내 눈에 야트막하고 밋밋해 보여서. 마치 동네 뒷산처럼 보이는 이 산이 791m 의 오서산. 산행은 이 산 동쪽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주말과 휴일 그리고 어제 근로자의 날을 포함해 휴일이 겹쳤고 보니 찾는 이가 많을 것 같아 다음 날인 평일을 택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가 글 속에서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는 표현을 했던데 내가 그렇다. 그런 내가 그동안 어떻..

산행 2023.05.03

칠갑산과 장곡사

칠갑산(七甲山)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병선의 노래 때문이었다. 내 차 안에는 그의 노래 카세트테이프가 있었고 운전할 때마다 수시로 들었다. 노랫말과 멜로디 그리고 창법이 그저 고생만 하며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의 한과 애환을 담은 것 같아 애착이 갔고 가수 주병선의 고향이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여수라는 것에서 더욱 그랬다. 아주 오래전 칠갑산을 스쳐지나 간 일이 있었지만 그 후 참 많은 시간이 흘러갔어도 더 이상의 인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팔공산 산행 이후 다음 산행지를 물색하다가 다시 떠오른 칠갑산. 그동안은 주로 전라북도 안에 존재하는 산들이었기에 이젠 권 외의 산들을 찾아보기로. 집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 미리 살펴보니 산 정상까지의 산행 코스가 9개나 있어서 적당한 ..

산행 2023.04.11

오! 얼레지!

"어? 이 꽃 좀 봐!" 산길에 동행하던 일행 중 한 사람이 반가워하며 무슨 꽃인지 궁금해한다. 무심코 걷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와- 그렇게 반가울 수가. 그런데 꽃 이름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데. 엘리지? 아니다 그건 가수 이미자를 두고 하는 하는 말이고. 그 비스무리한 건데... 골똘히 생각하니 기억이 살아났다. 꽃 모양이 독특한 데다 이름도 특이해서 머리에 입력된 상태가 좋았던 모양이다. 얼레지다. "그 꽃 얼레지라는 꽃입니다" 우쭐대며 잘난 체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휴대전화로 꽃 검색을 시도한다. 좋은 세상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면 곧바로 이름을 알려주니. "-맞네요" 꽃잎이 뒤로 제껴져 있고 땅 표면을 덮고 있는 넓은 잎 두 장에는 얼룩무늬가 있다. 얼레지라..

산행 2023.04.02

다시 봄 농사

고향 산자락에서 노후 보내겠다고 터 잡고 집지어 살게 된 것은 은퇴 몇 해 전부터였다. 그리고는 어느 새 햇수로 18년째의 시골 생활, 뒤돌아보니 20여 년의 세월이 휙 지나가 버렸다. 처음, 맨땅에 씨 뿌리던 얼치기 농사꾼은 이제 배추 무 등 여러 채소를 자급할 정도로 실력이 불었고 집 주변의 나무들도 잘 자라줘 제법 푸르러졌다. 화초들도 계절 따라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지라 그동안 애써 가꿔 키운 보람을 안긴다. 비록 작은 땅뙈기라도 얼마 전 퇴비 스무 포대를 구입해 흙과 뒤섞어 놓고는 텃밭에서의 수확을 미리 생각하며 배불러한다. 그런 기쁨 때문에 해가 갈수록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고 나의 노동력을 쏟아 넣어야 하는 수고를 즐겁게 보태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씨앗이랄지 농자재 등을 챙기고 ..

내 집 이야기 2023.04.02

팔공산에 오르다

지리산, 덕유산, 대둔산 등등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높은 산봉우리들을 거의 올라본 바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오르지 못한 채 내 마음에 남아있던 산이 팔공산이었다. 한 때 산행을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기억이 아쉬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벚꽃이 피고 나무들마다에 새 이파리가 피어나는 신록의 계절쯤으로 그 시기를 생각하다가는 오르고 싶을 때 가겠노라고 불쑥 집을 나서다. 간밤의 잠자리에서 내일 미세먼지가 '나쁨'이면 다시 생각할 참이었는데 '보통'이란다. 보통 수준이라 해도 산에 오르게 되면 주위 조망이 어려워 손해 본 느낌일텐데 어쩌나 싶으면서도 이왕 나서기로 했으니 산행 그 자체로 만족하기로. 진안 IC를 빠져나와 백운면 소재지를 벗어나자 저 멀리 팔공산(八公山)이 보인다. 뿌옇게 ..

산행 2023.03.26

3천 원의 행복

해마다 찾아가는 산림조합 나무시장이지만 특별히 주목을 끄는 나무가 없었다. 대부분 내 집에 다 있는 나무들이거나 아니면 토질 때문에 심기에 적당치 않은 나무들. 그냥 돌아서기 뭣해서 몇 년 전부터 화분에 심겨 있는 홑동백(애기동백) 한 그루씩 사 오곤 한다. 지난해엔 1만 5천 원이었는데 올핸 2만 원이다. 그럴 줄 일았다. 다행히 집 울안에서 월동을 하고 꽃을 피우기에 해마다 한 주 씩 사다 심기로 마음먹었다. 동백 1주만 달랑 들고 나오기가 서운하여 그냥 적당한 1년 초 화분 하나 덤으로 구입하곤 했는데 올핸 빨간 꽃 아네모네. 3천 원이니 며칠 피었다 지더라도 좋을 듯싶었다. 3월 초순이었고 보니 집 마당에 아무런 꽃이 없는 삭막함을 그 하나로 다래보고자 했다. 마당에 옮겨 심었더니 새빨간 모습에 ..

내 집 이야기 2023.03.25

생강나무 꽃 피었을까

봄기운이 가득하다 싶은데 바람이 많이 분다. 텃밭농사 준비 이미 끝났으니 산에 꽃구경 가고 싶어졌다. 울안의 생강나무꽃 이미 피었으니 산에도 많이 피었으리라. 지금의 이 터에 처음 둥지 틀었을 때 뒷산 미륵산에 오르니 그때 노란 생강나무 꽃이 여기저기에 많이도 피어 있었다. 미륵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군데 있으나 생강나무 꽃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산길은 미륵산 다듬재에서 우재봉으로 오르는 동쪽 길이다. '다듬재'라는 고개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이 쪽 길의 산행 선택은 그로부터 15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생강나무 꽃 보고 싶어 일상의 옷차람으로 갑자기 나섰다. 4백 미터 급 산이고 보니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는 표현이 맞지 아닐는지. 초입에서 조금 오르면 거대한(?) 석성이 ..

산행 20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