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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 꽃 피다

올봄엔 머위 꽃이 유난히 많이 피었다. 잎보다 꽃대가 땅속에서 먼저 올라 와 봄의 새 기운을 느끼게 하는 반가운 꽃이다. 마치 솔밭의 송이 그것처럼 뭉툭한 모습으로 아주 힘 있게 올라오는 모습이 가히 역동적이다. 애초 집을 지을 때 근처 야생에서 자라던 머위 몇 개를 캐 와 울안 한 쪽에 심었더니 무수히 번져 지금은 머위 밭이 되었다. 마치 일부러 잘 가꾼 것처럼 저네들끼리 왕성하게 번식하였다. 그래서 한 여름이면 줄기를 잘라 머위탕을 해 먹는 즐거움을 주는데 이른 봄 어린잎을 따 살짝 데쳐 나물로 먹어보기로 하다. 쌉쓰레한 그 맛이 일품이다. 입맛을 돋워주는 게 게장 그것처럼 이것 역시도 밥도둑이라 할 만큼 손이 절로 간다. 그런데 올핸 머위 꽃이 유난히도 많이 피었다. 이상기후 현상 때문일까. 거름을..

카테고리 없음 2022.04.14

새 봄 새 꽃

삼지닥나무 꽃이다. 닥나무이긴 하되 가지가 3개로 뻗어 나온다는 의미의 삼지(三枝) 닥나무. 그 삼지닥나무에 핀 꽃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뭉쳐 아래로 향해 피었는데 작은 꽃들이 앙증맞으면서도 꽃자루에 난 하얀 솜털이 오래전 설악산에서 봤던 에델바이스처럼 품격이 있었다. 만지면 마치 기모옷감처럼 매우 부드러울 것 같았다. 지난해 봄, 집 안의 양지바른 곳에 심었었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수소문하다가 전주에 있는 한 농원과 연이 닿았다. 내가 직접 가려했는데 재배업을 하는 주인이 내가 살고 있는 방향으로 갈 일이 있으니 직접 실어 다 주겠단다.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무였는데 싹이 죽어있는 메마른 가지 형태였다. 지난겨울이 많이 추워서..

2022.04.05

수탉을 생각한다 2

어찌어찌하여 기르고 있던 수탉 중 2마리만 남겨 놓고 모두 처분했다고 지난 글에 그랬다. 그래서 그 후로 좀 홀가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레그혼 계의 대장 닭 때문. 녀석이 나름 보스 역할을 하며 암탉들을 보호하는 것은 좋으나 제 주인까지 경계하거나 공격하는 것에 인내하기 쉽지 않았다. 이 녀석은 대장 닭답게 몸집이 크면서 벼슬과 육수, 부리 등이 예사롭지 않아 위엄을 느끼게 한다. 내가 사료를 주거나 둥지에 알을 꺼내려고 닭장 안으로 들어서면 딴청을 부리는 듯하면서도 주인인 나에게도 매서운 시선을 보내며 경계하는 것이었다. 암탉들에게 무슨 해꼬쟁이라도 할까 봐서다. 녀석이 어떻게 하나 보자며 옆에 있는 암탉을 살짝 건드리면 꾹꾹 꾹- 하는 위..

내 집 이야기 2022.03.30

다시 찾아 온 봄

지난겨울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겨우내 했던 일이라곤 뒷산에서 땔감 마련해 온 게 전부였을 정도로 거의 매일 움츠리고 지낸 편이다. 계절이 운행은 어김없고, 다시 봄이 찾아들었음이 유난히 각별하다. 그 각별함의 사유란 아무래도 나이 탓 아닌가 싶다. 어쩌다 친분 있던 사람들의 부고가 불쑥 날아들어 오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나도 이미 '노인'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는 것에서 생사불이(生死不二)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누구나처럼 마음이 젊다 생각하기에 지금도 밖의 새로운 직장에서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 하면서도 그러나 그것도 결국 욕심 아닌가 싶어 진즉 은퇴했으니 내 하고 싶은 것 하며 조용히 지내자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찾아든 봄에 농기구를 잡..

텃밭 농사 2022.03.14

대장 닭의 추락

사료를 주고 닭장을 나서려는데 몸 집이 큰 우두머리 수탉이 앞을 막고 있었다. 비켜나라고 발을 그 앞으로 뻗었더니 녀석이 대뜸 덤벼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녀석을 공격할 것으로 여긴 모양이었다. "허, 이놈 봐라" 비켜서라며 위협을 가하는 형태로 발로 땅을 한 번 차니 이 녀석이 험악한 자세로 재차 덤벼든다. 순간 놀라고 당황스러워 발로 살짝 걷어찼더니 계속 무서운 기세로 덤벼드는 것이었다. 곧바로 요절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막대기로 몇 대 살짝 쥐어박았더니 그제야 몸을 피한다. 그냥 후려치고 싶었으나 더 이상은 녀석들에게 막대기를 쓰지 않기로 한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수 가없었다. "아니, 괘씸하기 그지 없는 놈. 날마다 열심히 먹이..

내 집 이야기 2022.02.13

잔디밭 잡초

'잡초는 없다'라고 한 책 저자의 생각이 옳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면 이미 잡초가 아니다. 집 잔디밭에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잔디를 중심으로 보면 잡초라 할 수 있겠지만 독립된 개체로 보면 분명 유용한 야생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져버린 '점나도 나물'이란 풀이 그럴 수 있으려나. 어떤 이들은 농약을 해서 빨리 잡으라고 성화이고 어떤 이는 약품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농약을 쏴 아악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면서 권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약을 뿌리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황새냉이나 새포아플, 제비꽃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대개 두세 달 정도 살다가 사라지므로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내 집 이야기 2022.02.12

뜬바위 산책

집에서 직선거리로 1Km 정도의 대숲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 2개가 있다.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아 마치 바위 하나가 허공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뜬 바위. 선사시대에 인위적으로 축조했을 거석문화의 한 모습일 것이다. 예전에는 주변에 괴이한 형상들을 한 바위들이 여럿 있었는데 석재 개발 붐을 타고 모두 사라지고 이 뜬바위만 남았다고. 이 덩치 큰 바위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건들게 되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주민들 얘기 때문에 뜬바위만큼은 수난을 면했다고. 조성 당시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굴림용 통나무와 밧줄을 이용해서 멀리서 끌어 오고 흙을 쌓아가며 하나의 커다란 받침석 위에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았을 것이다. 내 눈으로는 영주 부석사의..

내 집 이야기 2022.02.02

한 겨울의 돼지감자

밭으로 일군 후 처음에는 감자를 조금 심었으나 땅이 워낙 척박해 수확이랄 게 없었다. 그 후 그냥 방치하다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것 같은 돼지감자를 심어보기로 했다. 시장에서 두어 주먹 사다가 적당히 심었다. 싹이 돋고 어느 정도 자랐으나 꽃이 피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늦가을에 몇 군데 파 보니 생각대로 구근이 없었다. 역시 땅 때문이려니 했다. 이듬해에도 꽃이 몇 개 피었을 뿐 성장이 좋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시 두 해가 지나고, 겨울이라서 특별히 해야 할 밭일도 없고 보니 혹시나 하고 땅을 파 본다. 그런데 이게 웬 인일가. 제법 굵은 돼지감자 알이 쏟아지지 않는가. 제멋대로 생겨 뚱딴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여기 저기에서 손으로 줍는 재미가 쏠쏠했다. 버려둔 땅에서 자라준 게 고마웠다..

텃밭 농사 2022.01.27

풀(채소)먹는 닭

병아리 때부터 줄곧 사료를 구입해 주었고 보니 닭 먹이는 그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밖에 내놓으면 풀을 잘 쪼아 먹곤 해서 가끔씩이라도 푸른 잎을 마련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여름엔 야생의 왕고들뺴기와 텃밭에서 기르던 상추, 아욱 등의 여유분을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았고, 김장 때문에 수북이 쌓였던 배춧잎을 양껏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식성이 좋거나 배가 고플 때면 배춧잎을 줄기까지 남감없이 해 치운다. 그런데 한 겨울로 접어들고 보니 마트에서 일부러 구입하지 않으면 싱싱한 먹이를 조달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고가(?)의 배추를 사료용으로 구입해 사서 줄 수는 없는 노릇. 산책하다 보니 주변에 푸른 잎들이 보인다. 소리쟁이는 이 겨울에도 동사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온난화 영향인..

내 집 이야기 2022.01.09

수탉을 생각한다

며칠 후 내려온다는 깨복장이 친구들에게 닭 한 마리 잡겠노라 하니 너하고 매일 눈 마주쳤을 텐데 그럴 수 있는 거냐며 의아해 한다. 그 말이 맞다. 병아리부터 키워오며 한 식구가 되어버린 녀석을 어찌 내 손으로 잡아먹을 수 있단 얘긴가. 귀한 손님 오면 씨암탉 잡는다는 거, 그거 옛말 아닌가. 하지만 결국 우린 닭볶음탕을 먹게 되었다. 통통히 살이 오른 수탉 한 마리를 골라 밥상까지 올리게 됐는데 반려동물이 아니라 단지 가축일 뿐이라고 몇 번이나 되씹으며 서로 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넉 달 만에 내 집에서 만난 친구들. 서로 멀리 떨어 져 살기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식사 장면은 지난 여름 만났을 때 마당에서 내가 재배한 야채 위주로 저녁 식사하던 모습. 식당에서 닭요리를 주문..

내 집 이야기 202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