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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나들이

세종시에 수목원이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으나 갈 기회가 없었다. 평소 나무를 좋아하는지라 혼자 가서 진득하게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지인들과 함께 찾다. 홈피를 살펴보니 두세시간 정도를 돌아보는 게 정상적인 방문 코스인가 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럴 순 없을 것 같아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하는 실내 수목원 정도만 살펴보고 일행과 함께 식사와 차 한 잔 마시며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다. 중앙의 보도 끝 부분 유리 건물이 사계절전시온실 평일을 택했으니 어느 정도 한산해서 좋았다. 입구에서 가까운 실내수목원에 맨 먼저 들어서다. 사계절전시온실이라 이름한 실내수목원은 우선 규모가 크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실 등 3개 온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중앙의 라운지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그중..

여행 2023.06.28

지빠귀의 황당 사고

심은 나무들이 커가고 잎들이 무성해지면서 새들이 많이 찾아들어 반갑다. 청아한 새소리까지 함께 듣게 되면 너무 기분이 상쾌하다. 요즘은 주로 뻐꾸기와 꾀꼬리가 놀고 간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니 잠시 쉬었다 가든 먹이활동을 하고 가든 잘 보내고 가면 좋을 텐데 이따금씩 사고를 내 안타까운데... 오늘 아침 거실의 대형 유리창 문에서 꽈당- 하는 소리가 나다. 새가 유리창에 크게 부딪혔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눈을 돌려 보니 새 한 마리가 혼절한 상태로 바둥거리더니 이내 정지상태로 서있다. 엊그제 멧비둘기 한 마리가 같은 사례로 횡사한 바가 있어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데크로 나갔더니 부동자세인 채로 눈만 힘들게 껌벅인다. 입을 벌린 채 미동도 안 하는 것을 보니 몹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꽈당 소리가..

내 집 이야기 2023.06.25

다시 산으로. 운암산

보령의 오서산 이후 어느새 한 달 보름 정도가 지났다. 산에 가야지, 산에 가야지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영농준비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편. 연일 계속되는 더위로 텃밭 일이 쉽지 않다. 그래, 이럴 때 산에 가야지 하면서 운암산으로 결정. 애초 충청권을 물색하며 생각해 보니 이제 내 맘에 남아있는 곳은 보문산과 식장산 두 곳이었다. 그런데 대전이라는 대도시와 근접해 있어 등산복 차림이 아닌 평상복으로도 가능하지 않나 싶어 매력이 덜했다. 결국 시원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완주의 운암산(雲巖山, 597m))으로 가닥을 잡았다. 저기 멀리 보이는 산이 운암산. 그 아래 대아호가 있다. 내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서 이따금 씩 찾는 지역이다. 호수 주변으로 난 드라이브 코스의 경..

산행 2023.06.19

드디어 노각나무 꽃 피다

참 오랫동안 기다렸던 꽃이다. 묘목을 구입한 지 10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기록이 빠져있다. 시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에서 샀다. 오래전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서며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오른쪽 편으로 조성된 정원에 이 나무의 꽃이 피어 있었다. 함박꽃 보다 작은 순백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 나무를 내 집 마당에 심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그날 나무시장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묘목을 심은 후 2,3년 후면 피겠지 했는데 척박한 땅 때문인지 성장이 매우 더뎠다. 2년 전에는 전정을 도와주던 친구가 그냥 원줄기를 싹둑 잘라버리는 바람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 많은 세월을 견뎌내며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다. 멀리에서 보면 언뜻 하얀 동백처럼 보이지만 꽃잎이 ..

내 집 이야기 2023.06.19

살구 수확

수확이라고 까지 표현할 게 못되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양을 거둬들인 기쁨이 있다. 살구나무를 심은 것은 내 집 역사와 함께 한다. 거의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으면 어느 정도 거목으로 성장해 있을 법도 한데 마사토 밑이 암반 수준이고 보니 결실을 맺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과수다. 아주 오래전 전남 보성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본일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개 줍다가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커다란 나무의 가지마다 노란 살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 않은가. 절로 나오는 탄성. 낯선 곳에서 몇 개 맛있게 먹던 그 추억 때문에 심어진 나무다. 딱 한 그루 있는 나무의 개복숭아를 따면서 그 옆에 떨어져 있는 살구를 주워 담다. 거름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해마다 스무 개 ..

내 집 이야기 2023.06.17

닭 방사

지난겨울 백봉오골계가 매의 급습에 무참히 당하고 난 뒤 거듭 피해를 볼 수 없어 온통 그물막을 씌워 닭장을 좀 더 확장하는 것으로 방사장을 대신했다.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 그런데 봄이 되면서 그물 밖으로 새파랗게 풀이 자라는 것을 쳐다보는 녀석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물 밖 세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신세가 가여워 다시 방사의 기회를 줘야 되지 않나 싶었다. 그물로 울타리를 두르는 것은 가능한데 하늘 쪽까지 덮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 작업 자체가 힘든데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망설이기만 하다가. 그동안 소리쟁이나 개망초, 별꽃나물, 왕고들빼기 그리고 집에서 기르던 얼갈이 배추까지 수시로 뜯어 먹이로 주었으나 직접 풀밭에서 자유스럽게 먹이 활동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

내 집 이야기 2023.06.15

새 가족 백년초

오늘 개복숭아 효소 담그기를 준비하다가 무심히 화단을 스쳤을 때 절로 감탄사가 나오다. 백년초가 연노랑의 노란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오, 아름다운지고!" 흡사 이른 봄의 복수초처럼 꽃잎이 얇으면서 색이 매우 연하다. 꽃말이 정열이라는데 순결이리고 해야 맞지 않나 싶다. 첫사랑일 때 상대를 만나면 매만지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이 꽃을 보며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과장일까. 가시 달린 잎의 투박한 모습 때문에 그 느낌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그 모습이 빛나 보이는 게 아닌지. 꽃밭 한 켠에 딱 한 송이만 피어있어 더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2년 전 가까운 곳에 사는 후배로부터 효과가 좋은 것이니 한 번 먹어보라고 백년초 열매 효소 한 병을 선물 받았다. 그..

내 집 이야기 2023.06.13

열무김치

여름 채소 중의 으뜸은 열무다. 다른 것들은 대개 쌈이나 국거리로 먹게 되지만 열무는 물김치를 담아 긴 시일동안 시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에 파종했던 것이 어느새 많이 자라서 김치를 담기로. 물론 내 실력으론 안되고 아내의 솜씨가 절대 필요하다. 아직 완전히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일정 때문에 적기를 놓칠 수가 있어 며칠 앞 당기기로. 묵은 씨앗을 파종하여 약간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싱싱하게 자랐다. 씨앗은 50g이 한 봉지이지만 수천 립이 들어 있어 한 해 200 립 정도만 사용하고는 많이 남아있는 양을 그대로 폐기하기가 아까운지라 대개 3년 정도를 쓴다. 경험해 보니 발아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성장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확 양이 많지 않은지라 뽑고, 다듬고, 담..

내 집 이야기 2023.06.11

홍도 그리고 흑산도

홍도는 어떤 형태로든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아마 사람 많은 관광지라는 것 때문일 것 같기도 한데 비금도 임자도 우이도 등 인근 서해 도서와 멀리 거문도 추자도 등의 섬들을 이미 찾아봤던 터라 특별히 유인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을 듯. 지난번 여수 고흥 여행길에서 "다음에는 홍도행으로 하자"는 친구의 제의에 지난 5월 말 다녀오다. 홍도항에 내려 기념 촬영. 뒤로 우리를 싣고 온 쾌속선이 보인다. 진득한 여행길이고자 했으나 사는 게 뭔지 그냥 쉽게 1박 2일 여정으로 정했다. 최근에 다녀온 한 선배가 자신은 2박 3일이었지만 아마 1박 2일이면 적당하지 않겠느냐고 권하는 터에 그리 결정한 까닭도 있다. 그것도 목포에 있는 한 여행업체에 의뢰해 수월하게 다녀오는 것으로 했는데 왕복 ..

여행 2023.06.10

만첩빈도리

무슨 이름이 이런가 싶다. 꽃이름이다. 꽃모양의 예쁜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종 모양의 개별 꽃은 아주 작지만 엷은 자주색을 포함하고 있어 귀엽다. 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꽃 형태를 이루며 아래를 향해 핀다. 전문 용어로 총상(總狀) 꽃차례라 이름하는데 이 용어 역시 어색하고 어렵다. 오래전부터 가꾸어 온 말발도리와 이웃사촌인 듯 나무와 꽃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꽃의 색이 다를 뿐. 내 집 울타리에서 자라고 있는 이 꽃에도 이야기가 있다. 지난 글에서 놓치는 바람에 선물해 준 이가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일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느 여름 날 내 집을 찾은 후배와. 정원용 수도에서 캠핑생활에서 사용할 용수를 차에 공급하고 있다. 직장 후배인 H는 퇴직 후 캠핑카를 한 대..

내 집 이야기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