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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을 돌아보다

최근 '병자일기'(조선 인조 때 좌의정을 지낸 남이웅의 부인인 남평 조 씨가 4년간 쓴 한글 일기)를 읽고 그 원본이 보관되어 있는 공주박물관에 가 보고 싶어졌다. 국문학적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지나 세종시의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상태로 기증된 것이어서 전시공간에는 실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본관 옆에 충청남도 기증품 수장고가 있어 들렀으나 토기류 같은 것만 들여다볼 수 있게 해 놓았을 뿐 문헌자료들 역시 볼 수가 없었다. 박물관은 대체로 무령왕들 발굴 유물이 중심이었다. 아쉽지만 공산성으로. 그동안 공주 유적지를 둘러볼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냥 스쳐 지나가곤 했었다. 차창 밖으로 그저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기가 산성인가?' '금강에 무슨 한강철교 같은 것이 있네.. ' ..

여행 2023.03.04

목이버섯 발견

경이롭다. 내 집에서도 목이버섯을 볼 수 있다니. 지난해 봄엔 영지버섯이 자라더니만 올핸 뜻밖의 목이버섯 발견이라니. 뒷산을 자주 오가면서 땔감 마련을 위해 고사목이 찾아보는 일상 속에 우연히 눈에 띈 것이다. 북쪽 생나무 울타리 주변에 우뚝 서 있던 개옻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접근하여 살펴보니 고사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는데도 그동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베어내야겠다 싶어 톱을 준비해 밑동 쪽으로 대려 하니 아니 그런데 눈에 익었던 버섯이 붙어있지 않는가. 대번에 목이버섯임을 알았다. 자라고 있는 현장에서는 한 번도 직접 본일이 없었지만 과거 중국 여행길에서 사 와 식용했던 것과 다름이 없어 쉽게 알 수 있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주는 별미여서 즐겨 먹곤 했었다. 죽은 나무..

내 집 이야기 2023.02.24

지난 겨울 추억 하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흘려보다가 문득 신선이 꽂힌 사진 몇 장. 다른 여러 만남들보다 친구들과 함께 남쪽바다 여행을 한 모습들. 이건 블로그에 저장해 둘 필요가 있겠다 싶어 노트북을 꺼내다. 그동안의 어쩌다 내 집에서 함께 만나 반가움을 나누곤 했지만 어느 날 여수와 고흥 쪽을 찾아 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사실 그동안 코로나 여파로 사람들 많은 밖으로 나선 다는 게 쉽지는 않았으니. 그의 최신 차량으로 운전을 맡아 준 친구가 자산공원에 올라 오동도를 배경으로. '은퇴는 없다'라는 것을 보여 준 그의 지난 이력이 자랑스럽다. 이용하면 가는 길이 쉬울텐데 현지에서의 이동이 불편할 것 같아 친구의 승용자로 결정. 최근 허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때문에 걱정스러움이 없지 않았으나 여차하면 서로 교대 운전..

여행 2023.02.06

오골계 사육

오골계를 여러 마리 사육하는 아랫집에서 2마리를 얻어 오다. 얼마 전 내가 키우는 백봉오골계 1마리가 매의 급습으로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암탉 2마리만 남아 있어 두어 마리 구입해 키우려던 참이었다. 방사장에 내놓아도 그동안 사고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2번이나 피해를 당해 속이 상했다. 우리 안에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밖으로 풀어놓은 것이 매에게 먹잇감을 만들어 준 셈. 아랫집에서 닭을 방사하며 수 십 마리를 키웠는데 그동안 매의 공격을 몇 번 당한 후 지금은 모두 가두어 사육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숫자가 많았다. 시장에 내놓을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키우는 바람에 사료비와 공력만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지인들이 방문하면 직접 잡아 요리해야 하는 등의-) 한편으론 애물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

내 집 이야기 2023.02.03

땔감 준비

아궁이가 있는 황토방을 마련해 놓았으니 화목이 필요하다. 다른 방엔 전기보일러 시설이 돼있어 구태어 불을 지필 필요가 없지만 주로 아내를 위해서 아님 집 내부에 열기 공급을 위해 가끔씩 불을 때는 편이다. 땔감은 모두 뒷산에서 구한다. 산에는 고사목들이 그야말로 지천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비용이 들더라도 모두 수거하여 재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럴 형편이 못되고 보니 따로 처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자연적으로 고사한 나무도 있지만 대개는 태풍등의 영향으로 쓰러진 것들이다. 썩으면 거름이 되겠지만 수십 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지 않을까? 집에 아궁이가 있으니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 그러나 그 무거운 아름드리(?) 나무는 옮겨 올 방법이 없다. 운송용 차량은 고사하고 손수레..

내 집 이야기 2023.01.12

둘레길 산책

원래 집터를 구하면서 배산임수를 생각했었지만 집 뒤편으로 난 산자락 오솔길을 따라 소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평소에도 자주 산책에 나서는 편이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거의 매일같이 둘레길을 걷는다. 대략 왕복 3-4Km 정도의 거리가 된다. 집 뒤로 난 나만의(?) 오솔길을 4백 미터 정도 걸으면 본격 미륵산 둘레길 입구에 이른다. 좌로는 미륵사지가 있는 곳이고 우로는 뜬바위와 구룡마을 대나무 숲 또는 사자암으로 갈 수 있는 길, 대개는 미륵사지 방향으로 몸을 꺾는다. 가면서 시원한 지하수를 마실 수 있고 가까이에서 미륵사지 석탑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레길은 대개 소나무와 참나무 또는 아까시와 단풍나무일 뿐이어서 수종이 매우 단조롭지만 호젓해서 좋다. 한 두한두 ..

내 집 이야기 2023.01.07

란타나 추억

뜰 안에 사계절 두루 꽃을 바라볼 수 있는 화초들을 심었다. 그러나 겨울에는 아무래도 흐름이 멈춰진다. 그럴까 봐 꽃을 대신하여 빨간 열매를 꽃처럼 볼 수 있는 몇 종류의 나무들을 심어 가꿨다. 하지만 대부분은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기도 전에 새들의 먹잇감이 되어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니 실망스럽다. 대신하여 실내에 들여놓은 화분 대 여섯 개에서 꽃을 대할 수 있음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부겐빌레아, 그다음이 이 란타나(Lantana)다. 볼 때마다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주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의 난(蘭)처럼 나도 실내에서 화초 기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 "추억"이라는 것 때문에 몇 개 정도는 예외로 하고 있다. 왕성했던(?) 현역 시절 국제회의 출장으로 멀리 ..

내 집 이야기 2023.01.05

참새들의 염탐

주방 창밖을 응시하니 새들이 분주히 오간다. 유리창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참새 대여섯 마리가 닭장 인근 나뭇가지에 날아들어 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며 수선을 피우고 있다. 그러다가 곁에 있는 닭장 안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어가더니만 사료통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작은 옥수수 알갱이들을 쪼아 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나뭇가지로 되돌아오고. 닭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반복적으로 먹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보기 어려웠던 참새들이 최근 2-3년 전 부터 갑자기 많아졌다. 대개 10여 마리 이상 군집을 이루며 찾아 드는데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앙상해진 나무에 나뭇잎같은 운치를 보여준다. 장난기가 발동해 닭사료를 훔쳐(?)먹고 있는 참새를 향해 조심스레 접근해서는 순간적으로 출입문을 닫아 버렸더니 놀란 참새가 혼비백산하여..

카테고리 없음 2022.12.24

산란계의 마지막 알

마지막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는데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얼마 전 산란계 사육을 끝내고는 또다시 기르고 싶다는 욕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동안 기르던 산란계들이 더 이상은 알을 낳지 않아 정리했다. 먹이를 들고 가면 우르르 쫓아 나와 반기곤 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좀 허탈하다. 정확히 지난해 5월 12일 레그혼으로 여겨지는 병아리 20마리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3개월 반쯤 지나고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면서 양계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대개는 한 겨울에 알을 낳지 않는다고 하던데 내가 기르던 닭들은 하루에 한 개, 또는 이틀에 한 개씩 꾸준히 낳아 줘 나와 식구들의 건강을 챙겨주었고 여유가 있어 더러는 이웃, 지인들과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달걀을 만들어..

내 집 이야기 2022.12.02

감과 밤

내가 살 터를 구입하면서 맨 먼저 심은 나무가 감나무였다. 어느새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주에 있는 한 종묘장에서 대봉감 5주를 구입해 심었는데 그 무렵 살구, 사과, 배, 자두, 호두, 밤 등 여러 과실나무 묘목을 함께 심었지만 가장 성장이 좋은 것은 감과 밤이었다. 사질토의 척박한 땅 때문이다. 다른 과수들은 성장이 매우 더디고 열매가 거의 없어 봄철 꽃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감과 밤은 굳이 거름을 하지 않아도 가을이면 제법 실한 열매가 맺혔다. 집 언덕에 토지의 여유가 좀 있어 밤나무 10 여 그루를 심었는데 지금은 대 여섯 그루에서 밤송이가 많이 달린다. 그대로 수확하면 상당한 양이될 텐데 그 '상당한'의 상당량이 벌레가 먹어 절반 정도만 거두어 먹는 정도. 게으르기도 하려니와 ..

내 집 이야기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