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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 재 구입

벌써 밤이 익어 벌레 먹은 밤송이들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집 언덕 위에 밤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던 터라 수확량이 제법 많은 편인데 줍거나 털려면 나무 밑으로 들어 갈 수밖에. 그런데 그 밑으로 잡초들이 무성해 볼썽사납다. 한낮으로는 아직 햇살이 따갑지만 오늘은 제초작업 하기로. 여름 한동안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 처음에는 예초기라는 용어가 참 생소했고 예초기의 '예'자가 벨 예(刈) 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이제는 시골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예초기다. 처음엔 4 행정 엔진 예초기를 구입했는데 강력한 모터 소음과 함께 고속 회전하는 칼날에 사정없이 잘려 나가는 풀과 잔가지들을 보며 쾌감이 일었다. 하지만 어쩌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어 무조건 수리센터를 찾아야만 했던 불편. 특히 겨울..

내 집 이야기 2023.09.10

가을 파종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일이라서 특별할 것도 없다. 다만 해마다 재배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 그런데 그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 나이 듦과 상관관계인 것 같아 자못 씁쓸하다. 한 때는 전화 주고받기에 정신이 없었고 만나는 일도 시간을 쪼개야 했지만 이젠 필요에 의해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접촉의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시골에 외따로 살고 있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큰 이유라고 생각되지만 그래서 내가 가꿔서 주고 싶은 사람이 비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지도. 또 하나는 체력 감퇴에서 오는 노동력의 한계, 이를테면 쇠스랑 같은 농기구로 땅을 파고 고르는 일이 예전과 같을 수가 없다. 대개는 나눠먹는다는 것으로 텃밭농사를 미학적으로 포장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남에게 주려면 가능한 대로 좋은 것으로만 선..

텃밭 농사 2023.09.06

데미샘과 뜬봉샘

데미와 뜬봉은 느낌 그대로 우리말이다. 데미는 더미에서 파생됐는데 더미는 봉우리를 뜻하는 전라도 쪽 말이다. 뜬봉의 뜬은 뜨다는 의미이고 곧 봉(봉황)이 떠 올랐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해 샘(泉)에 붙여진 말인데 데미샘은 섬진강의 시원이 되는 샘이고, 뜬봉은 금강의 시원이 되는 샘 이름이다. 섬진과 금강의 본류는 과거 여러 기회로 찾아가는 일이 잦은 편이었으나 그 발원지를 찾아 본 일은 없었다. 내 사는 곳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으니 이제 언젠가 가 보리라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사실은 근처에 가는 일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마음먹고 산행을 해야 했기에 포기했던 곳. 백두대간에서 갈라 진 금남호남정맥의 거의 한 구역에 존재하고 있는 샘이다. 같은 지역인데 차로의 방향이 다르다해서 따로따로 두 번의 ..

산행 2023.09.03

여름 끝의 노고단 행

계산해 보니 55년 만이다. 지난 1968년, 고2 여름방학을 맞아 맘 맞는 친구들과 함께 무전여행을 나섰고 섬진강 백사장에서의 텐트 숙식 후 둘째 날의 행선지는 지리산 노고단이었다. 군용 텐트를 비롯한 그 무거운 짐들을 지거나 들고 화엄사 쪽에서 노고단으로 올랐다. 그 어렵고 힘든 난코스를 거의 패잔병 같은 신세로 참으로 기어오르듯 하여 도착했던 곳.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의 노고단은 발아래의 구름과 여기저기 노란 원추리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 모든 피곤을 잊게 했었다. 성삼재에서 내려 다 본 구례 산동면 온천마을 방향 그곳에 다시 가 보자는 친구의 제의에 따라 지난 홍도 흑산도 여행 이후 선택한 목적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우 수월했다. 차를 타고 성삼재까지 오른 후 그곳에서 도보로 노고단을 향하는..

기타 2023.08.26

나포 맨드라미

지난해 시월 중순 어느 날 나포의 한 길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포(羅浦)는 군산 쪽 금강 하구의 한 포구 동네다. 그곳에서 친구를 기다렸다기보다는 친구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바로 며칠 전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셨고 그의 육신만이 한 줌의 재로 고향 산소로 오고 계셨다. 한낮의 시골길은 다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쌓여 배회하고 있는데 길 건너편 저 앞으로 처음 보는듯한 빨간 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개량종인 듯한 맨드라미. 기존의 것 보다 키가 훨씬 크고 꽃이 컸다. 빨갛다기보다 검붉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온통 검붉었다. 그 씨를 받아 봄에 심은 것이 이 맨드라미다. 어릴 때 흔하게 보던 닭벼슬형의 꽃이 아니라 촛..

2023.08.20

가을농사 준비

유례없는 폭염이 지나가고 입추도 지났다. 곧 처서이니 지금의 더위는 오는 가을을 앙탈한다는 느낌. 아직 햇볕이 따가우나 일할만하다. 장마 또한 유례없이 길어 그동안 방관했더니 텃밭에 풀들이 무성하여 심난했으나 일단 시작하기로. 이미 뿌리가 깊어 작업하기 쉽지 않았지만 모두 걷어 내다. 그동안 낙엽과 함께 섞어서 묵혀두었던 닭똥을 거름으로 사용하기로 하다. 밭에 뿌리기 전에 다시 한번 잘 섞어주고.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구입한 계분과 포장퇴비만을 사용했었으나 올가을엔 내가 만든 거름만을 사용해 보기로.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계분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한 삽 한 삽... 배추와 무, 마늘을 심을 밭에 고루 뿌려 주다. 아궁이에 많이 쌓여있던 재들도 퍼 내어 밭에 섞어 주다. 주변에서 토양살충제를 권하..

텃밭 농사 2023.08.19

운장산 동봉

오래전 운장산 서봉에 올라 동봉 쪽으로 산행을 계속하려 했으나 심한 안개비로 인해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포기했던 일이 있다. 비슷한 높이지만 정상이 동봉이라서 더 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산을 이제야 오늘 다시 오르기로. 그 땐 최 단코스라서 피암목재(운장산휴게소)에서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내처사동이란 곳에서 동봉을 오르기로. 진안군 주천면은 산이 많고 계곡이 많아 여름 피서철에 사람들이 참 많이도 찾는 곳이다. 바위와 숲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주자천을 따라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도로 양쪽으로 즐비하게 주차한 수많은 차량과 피서객들을 보다. 계곡을 군데군데 인위적으로 막아 작은 풀장을 만들었고 그곳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힌다. 그런데 저게 과연 계곡의 맑은 물일까 싶다. 반면에 땀을 많..

산행 2023.08.06

원등산을 찾았더니...

산행 장소를 탐색하다가 원등산(遠燈山, 713m)을 알게 되다. 완주군 소양면에 있다. 떠나기 전 두 사람 정도의 산행기 정도를 봤었는데 등산로를 개척하며 산행을 했던 것인지 길이 없어 주민들의 희미한 흔적들을 살펴가며 올랐다는... 어떻든 최소한의 등산로는 있겠지 싶어 일단 초입인 완주 소양면 해월리로 출발. 성요셉병원 뒤로 등산로가 있다 하여 찾았더니 전혀 분위기가 아니다. 어느 한 곳에도 안내 표지판도 흔적도 없다. 아주 오래전 등산로인가 싶어 좁은 길을 한 참 올라갔다가 길이 끊겨있어 난감해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위에 물을 사람도 없어 포기하다. "성요셉병원이 여기에 있었구나!" 지난해 내가 다니는 성당에 모금하러 왔던 수녀님 3분이 떠올랐다. 모두 함께 미사를 드리는데 수녀 한 분이 찬 바닥에..

산행 2023.07.30

고마운 토종닭

토종닭이 드디어 일을 낳다. 초란이다. 그동안의 오골계는 흰색 위주의 알을 낳았었는데 이번의 토종닭 초란은 닭의 생김새를 닮아 누런 색깔이어서 건강해 보인다. 영양 성분은 오골계를 제외한 일반 닭의 흰색과 누런색의 달걀이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누런색에 익숙해져서 인지 토종닭의 알을 보면서 비로소 달걀같이 인식하게 되는 아이러니.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좋으면서도 무섭다. 이 달걀을 얻기까지 대략 15주 정도 걸린 것 같다. 넉 달 정도 기다린 보람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2마리가 어찌 한날한시에 알을 낳을 수 있을까. 산란동시라 -, 나에겐 줄탁동시보다 더 의미가 있는 용어가 된 셈이다. 우중에 사료를 주기 위해 닭장 문을 열었더니 이 2마리가 둥지 하나 싹을 차지하고 있는..

내 집 이야기 2023.07.18

이치 전적지

나름 역사 문화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내가 사는 지역에 이치와 웅치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지난해 봄 까지는. 이제서라도 그 부끄러움을 면하게 된 것은 친구 덕분이다. 어느 날 서울의 친구가 이번에 내려가면 그곳을 가 보고 싶다 하여 비로소 알게 된 나의 무관심과 무지. 하여 웅치 전적지는 지난해 여름 찾아봤었고 이치는 숙제로 남겨 두었는데... 언젠가 가 봐야지 하면서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엊그제 인근 천등산 산행 길을 나서면서 그 부담을 풀었다. 대둔산을 가려면 전주 쪽에서 운주 땅을 지나 큰 재를 하나 넘어야 한다. 이 고개가 바로 이치(梨峙), 배재 또는 배티재라 부르기도 한다. 근처 어딘가에 배나무가 많았던지 아니면 배나무와 관련된 뭔가의 사연이 있으리라는 짐작을 해 본다. 대둔산 관문이라는..

기타 2023.07.04